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가 양호한 분기 실적을 냈음에도 미중 무역전쟁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이달부터 가격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가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온 월마트마저 더 이상 관세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월마트는 4월 30일로 끝난 1분기에 44억 5000만 달러(6조 2200억 원)의 순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대비 4.8% 늘어 시장 전망치(4.1%)를 웃돌았다. 월마트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월마트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CNBC에 "일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이달 말부터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관세가 너무 높아 기업이 흡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간 매출과 이익 가이던스는 유지했지만, 현재 분기에 대한 구체적 전망은 제시하지 않았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무역협상이 주마다, 때로는 하루마다 변하고 있다"며 "오늘날 역동적인 운영 환경에서 존재하는 명확성 부족으로 단기 전망이 극도로 어렵다"고 밝혔다. 레이니 CFO는 가능한 결과의 범위가 "매우 극단적"이라며 향후 수개월 동안 무역전쟁과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타격이 더 커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소매업에서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환경은 도전적"이라며 "가격이 이렇게 높게, 이렇게 빠르게 오르는 역사적 선례가 정말 없었다"고 강조했다.
월마트의 가격 인상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홈디포와 타겟 등 경쟁업체들에 대한 압박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의 실적은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이번 분기 양호한 실적을 냈음에도 더 많은 관세 피해를 경고하는 것은 불길한 신호로 해석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한편 미국 전역의 기업들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중국과 90일간 관세 유예를 합의하는 등 등 임시 협정이 단기적 공급망 압박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복된 정책 변화로 기업들의 대응과 계획 수립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최근 프록터앤갬블과 크래프트하인즈는 연간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사들도 경기침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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