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친화적 법률과 세제 혜택 등으로 ‘미국 기업의 수도’로 불리던 델라웨어주에서 기업들의 ‘대탈출’이 벌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60억 달러 보상안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경영진에게 불리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본사를 텍사스·네바다 등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델라웨어주는 뒤늦게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나섰지만 한번 돌아선 기업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지난해부터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 기업 5곳이 델라웨어주를 떠난 데 이어 향후 몇 주 안에 9곳이 다른 주로의 이전을 위한 투표에 나설 예정”이라며 “심지어 ‘덱시트(Dexit, 델라웨어+엑시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델라웨어주는 경영진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다른 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배심원 없이 기업법 전문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는 형평 법원(Court of Chancery)이 존재해 기업 법인 등기 지역으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머스크가 테슬라 스톡옵션 관련 소액주주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며 ‘기업 친화적’이라는 명성에 금이 갔다. 머스크는 즉각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고 반발하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법인을 텍사스로 옮겼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미디어도 테슬라의 사례를 지목하며 “소송 환경이 심각해져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며 플로리다로 떠났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따르면 러셀30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비중은 2024년 62%로 여전히 절반을 넘어선다. 하지만 지난해는 델라웨어로 이전한 기업보다 떠난 기업이 많은 첫해로 기록됐다. 델라웨어를 대체할 지역으로는 텍사스를 비롯해 네바다·플로리다 등이 뜨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주주 소송의 위험을 줄이는 내용의 기업법 개정안에 서명하는 등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바다로 법인 이전을 추진 중인 로블록스는 “네바다 법이 더 큰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로이터는 “델라웨어도 기업 엑소더스를 우려해 올 3월 기업 거래에 대한 주 법원의 역할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했으나 여전히 ‘비교적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테슬라는 주주총회를 통해 머스크의 스톡옵션 지급에 찬성 의사를 표했으나 여전히 2심 승소 여부가 불투명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슬라는 소송에 최종 패소하더라도 머스크에게 보상안을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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