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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線, 세대를 잇다

◆여성작가 4인 '유영하는 선'展

99세 박인경 수묵 추상 최신작

차명희·김미영 등 50여점 선봬

韓 미술사 연속성 돋보여 '주목'

박인경 ‘Envol(2025, 왼쪽)’과 차명희 ‘바람에 실려온 편지(2025)’. 사진 제공=S2A갤러리




백색 한지 위를 교차하는 검은 흔적들이 마치 폭풍 속을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처럼 강렬하다. 검은 먹과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완성된 작품 ‘비상(envol)’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1세대 한국 여성 화가 박인경이 올해 그려낸 그림이다. 대담하고 자유로운 선으로 완성된 세계는 작가가 올해 100세를 바라보는 1926년생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넘친다. 반면 나란히 전시된 차명희의 선은 섬세하고 시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회색빛 물감이 마르기 전 검은 목탄으로 그어 내려간 부드러운 선의 움직임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수풀처럼, 혹은 흩날리는 빗줄기처럼 보인다.

선의 언어로 추상의 세계를 펼치는 한국 여성 작가 4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S2A에서 열리고 있다. ‘유영하는 선’으로 이름 붙여진 전시는 박인경(99), 차명희(51), 김미영(41), 엄유정(40)의 작품 중 선이 돋보이는 회화와 드로잉 50여 점을 선보인다.

'유영하는 선'의 전시 전경. 김경미 기자




나이도, 사용하는 재료도, 화풍도 저마다 다른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은 매개는 선이다. 먹과 붓으로 작업하는 박인경부터 목탄과 아크릴을 쓰는 차명희, 유화를 마르기 전 덧입히는 ‘웨트 온 웨트’ 기법으로 화려한 색채감을 부각하는 김미영과 주변 자연과 사물이 가진 고유 형상의 가능성을 단순한 색과 선으로 표현하는 엄유정 등 다양한 기법과 개성이 선으로 연결된다. 다만 각자의 선은 언뜻봐도 참 다르다. 선은 회화의 근본 요소 중 하나지만 선을 긋는 사람의 몸짓과 에너지, 호흡 등에 따라 두께나 강도가 천차만별이다. 저마다 고유의 필체가 있듯 화가들도 ‘자신만의 선’이 있는 셈이다.

전시 구성 역시 세대를 잇는 한국 여성 작가들이 선의 표현을 통해 이어지고 또 차별화되는 모습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앞선 세대인 박인경의 수묵 추상 속 과감하고 폭발적인 선이 차명희의 흐르는 듯한 유려함으로 이어지고 김미영이 반복과 변주로 도출한 리드미컬한 선과 엄유정의 부피감 가득한 유기적 선들로 확장해 나간다. 선이라는 단순한 요소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과 다른 정서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각적으로 와 닿는다. 작가들의 대표작을 감상하고 나면 전시장 가운데 별도 구획된 공간에 도착하는데 이곳에는 네 작가의 소품과 드로잉이 뒤섞여 전시돼 있다. 작가의 선과 작품을 연결해보며 네 작가의 선을 비교하고 구분해보는 것은 전시의 재미 있는 감상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미영 ‘Leap-The-Dips(2023·왼쪽)', 염유정 ‘feuiller(2023)’. 사진 제공=S2A갤러리


이들 작가가 펼치는 추상 세계에는 자연의 짙은 생명력이 전해진다는 점도 흥미로운 공통점이다. 원형의 청록색 선들이 층층이 쌓인 김미영의 작품 ‘리프 더 딥스(Leaf-the-Dips)’는 수면 아래 혹은 수면 위로 떠오른 잎사귀들이 마치 춤을 추는 듯 보이고 엄유정의 작품 속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갈색과 검은 선들은 나뭇가지처럼 힘차게 뻗어 나가며 고목에 다시 돋아날 새순을 기대하게 한다. 7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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