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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다 몰카 찍힐라”…스승 없는 스승의 날

학교 선생님 상당수가 '조퇴'

"작은 선물 가능성도 차단"

'영유' 등 학원 분위기는 딴판

"학부모들끼리 선물 눈치싸움"

교원 33%만 교직 생활 만족

전교조 "근무 여건 개선 시급"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교사로 일하는 이 모(28) 씨는 15일 스승의 날에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할 예정이다. 반 아이들에게는 며칠 전부터 ‘편지만 받겠다’고 말해뒀지만 혹시나 과거 학생들이 찾아와 선물을 건넬까 봐 일찌감치 조퇴 신청을 해뒀다. 이 씨는 “당일 조퇴하는 선생님이 나 뿐만이 아니다”라며 “스승의 날이 교사에게 ‘단체 도망의 날’이 돼버린 지 오래”라고 탄식했다.

교권 붕괴 심화 속에 스승의 날에도 심적 부담을 느껴 기피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사소한 오해라도 사지 않기 위해 당일 선물은 물론 학생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게 흔한 풍경이 됐다는 전언이다. 반면 영어유치원 등 학원에서는 여전히 스승의 날을 적극 기념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30대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방과후 파티나 꽃·편지 선물만으로도 학부모 항의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30대 김 모 씨는 “과거에는 교장·교감 선생님들이 당일 조퇴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워낙 조퇴자가 많아서 그냥 눈감아주는 편”이라며 “작은 선물이라도 받으면 이를 몰래 촬영해 커뮤니티에 뿌리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승의 날 기념행사는 2016년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미 대폭 축소된 분위기였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수년 새 지속된 교권 붕괴가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9월 한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스승의 날에 2만 원 상당의 케이크를 선물 받았다가 관할 교육청의 감사와 징계를 받았다는 게시물을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교 대신 학원에서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서울 목동에서 학원을 다니는 고등학생 A 군은 “스승의 날 분위기는 오히려 학원에서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학원에서는 선생님한테 선물도 주고 파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해 그냥 넘어갔다”고 전했다.

특히 영어유치원 등 영유아 대상 학원에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물 눈치 싸움’까지 벌어진다. 실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 스승의 날 선물 사양 공지가 없는데 선물을 준비해야 하느냐’ 등의 고민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직장인 김 모(39) 씨 역시 교사 선물로 유명 향수 브랜드의 디퓨저를 준비했다. 김 씨는 “다른 학부모들은 선물을 준다길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괜히 안 했다가 교사가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쓸까 봐 걱정이 됐다”고 토로했다.

스승의 날마저 금기시하는 분위기 속에 교사 만족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교사 2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7%의 교사가 현재 근무 환경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교사도 무려 81%에 달했다. 전교조는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위한 교사의 근무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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