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의 멸종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최대 바나나 생산지인 중남미와 카리브해에서 기후변화로 2080년께엔 바나나 재배지 60%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제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가 발표한 ‘바나나 찾기: 기후변화가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위협하는 방법’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크리스천 에이드는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과 극단적 날씨, 기후 관련 해충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바나나의 주요 산지를 강타했다”며 “이로 인해 바나나 수확량이 급감하고 지역 농촌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로 밀, 쌀, 옥수수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중요한 식용 작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바나나의 약 80%는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며, 전 세계 인구 4억 명이 하루 필요한 열량의 15∼27%를 바나나에 의존한다.
바나나는 기후에 매우 민감한 과일로, 기온이 15도 이하이거나 35도 이상일 경우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나나의 품종은 수백 가지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맛도 괜찮고, 한기에 견디는 성질이 뛰어나며 산출량도 많은 ‘캐번디시’ 품종이 최근 들어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민감한 과일로 꼽히는 마당에 ‘캐번디시 쏠림' 현상은 바나나의 유전적 다양성까지 저해해 바나나를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재배 조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이미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곰팡이성 전염병의 확산을 심화해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전 세계 슈퍼마켓에 공급되는 바나나 수출 물량의 약 80%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지역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지만, 지구 온난화 가속의 주범인 온실가스에 대한 책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크리스천 에이드의 오사이 오지고 정책선전 국장은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생계가 이미 위협받고 있다”며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기후 위기에 대부분의 책임이 있는 부유한 국가들이 화석 연료에서 탈피하고, 취약한 공동체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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