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너도나도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며 ‘성장’을 대선 공약의 첫머리에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1호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관련 예산 대폭 증액, 첨단 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국민펀드 조성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1·2호 공약에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창출’과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올렸다. 신기술·신산업 분야 규제 철폐,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대형 원전 6기 추진 등도 공약했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성장 담론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표심 확보 차원을 넘어 적극적 실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이 후보 대선 공약에는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주4.5일제 도입 등 기업 경영자들이 반대해온 법안들이 대거 포함됐다.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내밀면서 성장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이 후보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 18세 미만까지 점진적 상향, 양곡관리법, 지역화폐 등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정책들을 내놓았다. 김 후보도 노인의 버스 무임 승차 방안에 이어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소득세 기본공제 상향 등을 제시했다. 수십조 원씩 돈을 풀고 세금을 깎아준 뒤 거덜난 국가 재정은 어떻게 채울지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묵묵부답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후보들은 말의 성찬을 접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민간 주도 성장 전략을 더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을 등한시하다가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 5단체의 호소대로 “다가오는 대선은 한국 경제라는 나무를 다시 키울 전환점”이 돼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재정 확대 미봉책 제시에 앞서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포퓰리즘 유혹을 버리고 노동·연금 등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 기업 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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