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45% 대중 관세를 부과받은 첫 중국산 화물선이 미국 항구에 도착했다. 해당 화물에는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관련 부품과 LG전자(066570)의 가전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우리나라 역시 대(對)중국 관세 영향권에 있음을 시사했다.
9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누적 관세율 145%를 적용 받은 제품을 실은 7척의 중국발 화물선이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에 도착했다. 총 1만 2000개 컨테이너에 실린 물건들은 4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104%에서 145%로 올린 대중 관세율을 처음으로 부과 받았다. CNBC는 앞으로 며칠 안으로 145% 관세율을 부과 받은 5척의 화물선이 추가로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선박 7척에는 아마존, 홈디포, 트랙터 서플라이 등 소비재 유통·제조 업체의 제품들이 주로 실렸다. 아마존은 주방 용품, 의류, 가구, 냉장고, 튀김기, 마우스패드, 책장, 소파 등을 중국에서 수입했고 홈디포는 스탠드 조명과 천장형 선풍기를 실어 날랐다. 미국 최대 전원 생활용품 판매점인 트랙터 서플라이는 중국산 휴대용 선풍기, 정원 도구, 작업용 부츠 등을 구입했다.
화물선에는 또 삼성전자의 인쇄회로기판(FCB), 전자레인지, 냉장고 부품과 LG전자의 세탁기·에어컨·가스레인지·냉장고·식기세척기 등도 다수 있었다. 이밖에 이케아의 가구, 스피도의 수영 안경·모자, 랄프로렌의 의류, 닥터마틴의 신발, 레노버의 컴퓨터 부품, 발레오의 자동차 부품 등도 선적물로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광범위한 판매 협력사와 손잡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디포는 “공급 업체들과 함께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고객 가치를 대변한다는 목표 아래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선과 선적 컨테이너 수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발표 이후 급감한 상태다. 시장조사 기관인 시인텔리전스는 지난달 관세 부과 이후 아시아에서 북미 서부·동부로 가는 항로에 총 90건의 결항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중국 국영 COSCO와 OOCL, 대만 에버그린과 프랑스 CMA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의 결항이 48건에 달했다. 해상 운송 예약 건수도 30~50% 감소했다. 전미소매연맹(NRF)과 해상 컨설팅 회사 해킷어소시에이츠는 10일 보고서에서 관세 영향으로 올해 미국 주요 항만의 수입 컨테이너 화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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