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개헌 빅텐트’ 구상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이 취소된 것을 두고 내홍이 번지고 있고, 한 후보와 물밑 소통을 지속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며 ‘빅텐트 합류설’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10일 새벽 속전속결로 진행된 대선 후보 교체 작업을 두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날 밤 한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0시를 기점으로 후보 교체 절차에 곧바로 돌입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0시가 되자 즉각 비상대책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동시에 열어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 선출 절차 심의 요구, 김 후보 선출 취소, 한 후보 입당 및 후보 등록 등 안건을 순차적으로 의결했다. 당이 이날 오전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대통령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받은 결과 한 후보가 단독으로 신청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10시부터 21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하고, 11일 전국위원회에서 후보 변경 안건을 공식 추인할 방침이다. 이 절차까지 마치면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다.
하지만 심야에 이뤄진 후보 교체 작업을 두고 당내 균열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헌 74조에 따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땐 후보 교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후보 교체에 대해 ‘정당 민주주의 후퇴’란 내부 반발이 크다. 한 후보 입장에선 중도·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빅텐트를 치기도 전에 가속화하는 내홍을 일단락시키는 게 급선무가 된 상황이 된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심야에 이뤄진 일련의 후보 교체 작업에 대해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 교체 정치 공작극과 다름이 없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과 대선 후보 교체 쿠데타로 당을 폭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맹폭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한 놈이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 놈이 후보 강제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한다”며 “레밍정당은 소멸돼 없어지고 이준석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보조를 맞춰왔던 진보·중도 진영의 인사들도 한 후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달 6일 한 후보와 오찬 회동을 가진 이 상임고문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이 상임고문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 후보가 쏘아 올린 ‘개헌 연대’는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가 공을 들여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이날 국민의힘 후보 교체에 대해 “대표나 후보 내쫓기로는 이제 전과 4범”며 “이제 개혁신당으로 이재명과 정면 승부”라고 독자적으로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의힘 분열으로 인해 6·3 대선에서 이 후보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 후보 측은 추후 행보를 통해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 레이스 중에 여러 정책과 캠페인이 나오면 생각이 같은 분들은 같이 할 것이고 연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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