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박 4일간의 1차 ‘골목골목 경청 투어’ 일정을 마치고 5일 곧장 경기 양평을 시작으로 한 2차 투어에 나선다.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으로 민주당은 강경 투쟁 기조로 전환한 한편 이 후보는 경북·충북 등 험지를 연이어 방문하며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4일 경북 영주시와 예천군, 충북 단양군, 강원 영월군과 충북 제천시를 등 당의 험지로 꼽히는 지역을 차례로 방문했다. 지난 1일 대법원 선고 당일부터 예정됐던 3박 4일 간의 투어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며 중도층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경북 영주에서 “제 고향인데도 가끔씩 보면 눈 흘기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온갖 모함을 당하기는 하지만 제가 정말로 뭔가 있었으면 이 자리까지 왔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저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정보가 왜곡돼서 그랬을 것”이라며 “‘남들 당연히 알겠지’ 할 것이 아니고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설파해야 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유튜브에 공개된 ‘골드버튼’ 기념 영상에서는 “사람들은 제가 진보라고 평가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보가 아니다. 저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상을 회복하자’ ‘법 좀 지키고 살자’ ‘콩 심은데 콩 나는 세상을 만들자’. 기본적이고, 초보적이고, 당연한 사회적 원리를 지키자는 사람을 원래 보수라고 한다”며 “진짜 진보는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이다. 저는 그런 쪽보다는 보수적 색채가 좀 강한 사람인 건 맞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을 우회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예천군에서 상인들을 만나 “지금 내란이 끝났나. 수습될 것 같았는데 또 시작이지 않나”라며 “(정치인들이) 지배자나 통치자가 아닌, 국민의 대리인이라면 이런 짓을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충북 제천 의림지에서는 “정치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너는 죽어, 나만 살래’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겠나. 서로 존재를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토론도 하고, 상대를 절멸시키려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그런데 그런 짓을 하는 집단이 있다. 우리가 가진 주권을 위임해 맡겼더니 그 권력과 우리가 맡긴 총칼로 국민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나”라며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데 대해서는 헌정질서 회복에 역행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전날 강원 삼척에서 ‘김 전 장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한민국의 현재 최고 당면 과제는 헌법파괴 세력들에 책임을 묻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완전히 반대로 가는 거 같은 느낌이라 아쉽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 다 국민이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5일부터 2박 3일간 경기·충북·전북을 순회하는 ‘2차 골목골목 경청투어’에 나선다. 이 후보는 부처님오신날인 이날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뒤 경기도 양평·여주·음성·진천을 방문한다. ‘햇빛연금’을 받고 있는 여주 구양리마을에서는 농촌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의견을 경청한다.
오는 6일에는 충북 증평·보은·옥천·영동·금산·진안에서 전통시장을 찾고, 7일에는 전북 장수·임실·전주·익산·청양·예산을 차례로 찾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전주에서는 영화감독과 드라마 작가 등 창작자와 K-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간담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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