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이 2002년 발표한 ‘풀꽃’이라는 시다. 나태주는 몰라도 어디서 한 번쯤 보고 들었을 세 문장은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시집이 나오고 10년이 지난 2012년 광화문 글판에 오른 이후부터다.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 이 시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 온 것이다. 한눈에 예뻐 보이고 싶고 단번에 사랑받고 싶은 우리는 이 시를 읽고 ‘웃플’ 수 있다. 그럼에도 곱씹어 보면 감사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풀꽃’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예쁘게 볼지 사랑을 할지 말지 빠른 시간에 계산하고 판단해야 하는 시대에 나를 자세히 오랫동안 봐 준다는 것은 이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의미기에 감사한 일이라는 의미를 우리 모두 ‘웃프다' 그렇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신간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2021년 EBS 클래스e에서 방송됐던 동명의 강의에 소박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이야기했던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들을 담아 새롭게 탄생했다. 왜 칼 라르손일까. 둘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어떤 시기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성공하지 못했거나 지금 그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조하는 이들에게 두 예술가는 이렇게 말하며 등을 토닥인다. “너 오늘로써 충분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괜찮으니,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마라.”
나태주는 우리가 너무 잘 하려고만 해서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나 노력, 의지, 목표 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매일 너무 열심히 살고 잘 하려는 우리에게 그의 말은 포근한 위로가 돼 준다.
매일 경쟁하고 비교 당하고 스스로 비교하며 우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내고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늘 이길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 이를 깨닫기는 쉽지 않고 끊임없는 비교로 자존감은 땅에 떨어진다. 이런 우리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속삭이며 토닥인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풀꽃 3)
시인이 결핍, 찌그러진 부분, 모자란 부분을 무조건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라며 소개한 일화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의 시 중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는 구절을 좋아한다는 아이에게 왜 좋냐고 물으니 “자신을 표현한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전교 회장을 할 정도로 야무진 아이였는데도 사는 게 쉽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만 힘든 것 같지만 누구나 다들 힘들고, 어렵고, 외롭고, 불안하고, 조금은 우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누군가도 어느 부분은 찌그러져 있고 모자란 부분이 있듯 우리 인생도 결핍을 인정할 때 비로소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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