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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28만점 보관…야생식물 지키는 최후보루죠"

◆ 김회진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 센터장

글로벌 종자보관소 세계 단 두 곳

야생식물 유전자원 보전이 주임무

멸종 위기·특산식물 등 우선 보관

오염·훼손 막으려 출입 엄격 제한

국가·기관들과 네트워크 구축도

김회진 백두대간 시드볼트 센터장이 식물 종자 보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시드볼트는 단순한 종자 보관을 넘어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셈이죠."

김회진 백두대간 시드볼트 센터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 산림 면적이 계속 줄고 있어 식물 다양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백두대간 시드볼트는 단순한 종자 보관을 넘어 적극적인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멸종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야생식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자연재해와 환경오염 같은 재난에 대비해 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종자를 보존하는 야생식물 종자 저장시설이다. 전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 글로벌 시드볼트 중 하나다. 한 곳은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있다. 김 센터장은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식량위기에 대비해 농작물 종자를 저장하고, 백두대간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중점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백두대간 시드볼트에는 현재 총 6028종, 28만 908점의 종자가 보관돼 있다. 김 센터장은 “2050년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종의 30%, 약 35만 종을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식물, 특산 식물, 생태적 중요성이 높은 식물의 종자를 우선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구상나무도 멸종 위기 식물이다. 선 채로 말라 죽는 고사(枯死) 현상이 한라산 등지에서 목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원인 조사가 한창이다. 백두대간 시드볼트에도 구상나무 종자가 보관돼 있다. 김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산업화 등으로 현재 전 세계 수목종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는 “백두대간 시드볼트의 핵심적인 역할은 유전자원 보전인데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의 종자를 안전하게 저장함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한다”며 “또 멸종 위기 식물이 실제로 자연에서 사라지더라도 저장된 종자를 통해 해당 종을 다시 복원하는 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종자의 발아 특성, 생리학적 특성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멸종 위기종 보전을 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전 세계 종자를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와 기관이 참여하는 야생식물 종자 보전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회진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 센터장


시드볼트에 저장되는 종자의 수집과 보존 방법은 각 계절의 변화에 맞춰 체계적인 수립 과정을 거친다. 개화기 식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결실기에 해당 장소를 방문해 종자가 충분히 성숙했는지 확인한 후 수집한다. 김 센터장은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종자를 수집한 뒤 건조와 정선 작업을 거치고 종자에 대한 기초 정보를 구축한 후 최종적으로 건조시켜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종자가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도록 상대습도 15%로 건조한 후 영하 20도의 온도에 저장한다. 이런 조건에서 종자는 깊은 휴면 상태에 들어가 대사 활동이 극소로 감소해 활력 저하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게 된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종자도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이런 특수 조건에서 노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며 “종자의 종류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백 년간 발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국가 보안 시설로도 지정돼 있어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히 제한한다. 운영 주체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업무 관계자들을 상시 출입자로 지정해 제한적으로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개방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김 센터장은 “특정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잦은 외부인 출입은 이런 환경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또 외부인 출입으로 종자와 시설이 오염될 수 있고 병해충 유입 가능성도 있는 데다 불의의 사고나 의도적 훼손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향후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외 야생식물 종자 수집을 확대해 다양한 생태계 식물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한편 유엔개발계획(UNDP)과 세계자원보전연맹(IUCN), 국제식물원보전연맹(BGCI) 등 주요 국제기구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종자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인식 제고 프로그램도 확대해 종자 보전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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