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상 환경 변화 및 산불 등 재난 대응,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위한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가 선심성 예산을 무더기로 끼워넣으며 증액하고 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추경 예산을 7388억 원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5371억 원을 늘렸다. 예비심사를 끝낸 6개 상임위에서 증액한 예산만 벌써 2조 원이 넘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1조 원을 신규 반영한 추경안을 단독 처리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고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사업을 추경안에 대거 포함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 차액보전 예산 828억 원,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 예산 400억 원 등이 새로 추가됐다. 제주·부산·광양·목포 등 추경 요건과 무관한 지역 사업들도 신규로 편입되거나 관련 예산이 대거 증액됐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대표로 있을 때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소비쿠폰 지급 등을 포함한 34조 7000억 원의 추경안을 추진해 ‘포퓰리즘’ 논란을 빚었다. 지역화폐에 국가 예산 투입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됐으나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재정 건전성을 무시하고 선심 정책을 쏟아내면 나랏빚이 급증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 2016년 34% 수준이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급격히 늘어 2023년 말 46.9%까지 치솟았다. 관리재정 수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8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미국발(發) 관세 전쟁 등으로 세수 결손도 올해 3년째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내수 진작을 위해 예산 지출이 필요하므로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적정 규모 추경이 신속히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사탕발림 정책을 쏟아내고 실행하면 포퓰리즘으로 경제를 망친 남미 일부 국가들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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