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와 ‘미국 51번째 주’ 발언 등으로 반미 정서가 최고조에 달한 캐나다에서 자유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28일 치르는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캐나다 CBC방송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자유당 지지율은 42.5%로 보수당(38.7%)을 3.8%포인트 앞섰다. 이어 블록퀘벡당은 23%, 신민주당(NDP) 5%, 녹색당은 1%를 기록했다.
자유당이 과반(하원 338석 중 172석)을 차지할 확률은 74%로 집계됐다. 최다 의석 확보까지 포함하면 총선 승리 확률은 91%에 달한다.
이번 총선은 초반까지만 해도 집권 자유당의 패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자유당은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해 소수 야당과 연정을 구성해왔다. 9년 가까운 장기 집권 기간 동안 고물가와 집값 급등 여파로 지지율이 추락했고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사임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에 크게 밀리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판세는 완전히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됐고 이는 자유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이력으로 ‘경제통’을 자처한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응할 최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트럼프’로 불리는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다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격차가 좁혀지면서 접전 양상도 포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소수 정부 구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선거 열기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8~21일 진행된 사전 투표에는 730만 명이 참여해 2021년 총선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캐나다 총선의 선거인 수는 2800만 명이다. 캐나다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8일 투표는 오전 7시(서부 기준, 한국 시각 오후 11시)에 시작돼 오후 10시(29일 오후 2시)까지 진행된다. 출구 조사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10시 30분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을 수습하고 나섰다. 루비오 장관은 27일 NBC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병합 조치를 추진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트뤼도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나다는 미국과 무역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캐나다가 독립국으로 존재하는 것이 낫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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