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 시간) 영면에 든 가운데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렸던 그가 가톨릭 성인 반열에 오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톨릭 초기 교황들은 선종한 뒤 대부분 시성됐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교황으로 재임했다고 반드시 성인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도 시성이 추진될 경우 수년간 엄격한 심사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초대 교황으로 여겨지는 베드로 교황 이후 초기에 재임한 교황 50명 중 단 2명을 제외한 48명이 성인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 지난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임한 교황 총 266명 가운데 시성이 된 이는 단 80명에 불과하다. 20세기 들어서는 비오 10세(1835~1914)와 요한 23세(1881~1963), 바오로 6세(1897~1978),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단 4명만 성인 반열에 들었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심사 절차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예외로 인정된 경우가 아니면 사후 최소 5년이 지나야 한다. 5년이 지난 뒤 교황청에 해당 후보자를 시성해달라는 청원서가 제출되면 교황청 시성성에서 심사 및 조사 절차를 시작한다. 이후 교황청의 시복(諡福) 심사에서 성덕이나 순교 사실을 인정받으면 ‘가경자(시복 후보자)’로 선포된다. 가경자가 된 이들 중에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로 추서되며 복자가 된 후 두 번째 기적이 검증된 경우에만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많은 경우 이 절차에는 수십 년에서 최대 수백 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하버드대 연구원 레이철 맥클레어에 따르면 1588년부터 1978년까지 성인이 된 이들이 사후 시성되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린 기간은 262년에 달한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1978년 취임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사후 시복 심사가 시작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을 지금의 5년으로 축소하면서 이후 이 기간은 평균 약 100여 년 정도로 크게 줄었다.
2014년 성인 반열에 오른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후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유예 기간 5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시성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면서 사후 9년 만에 초고속으로 시성됐다. 그러나 2020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생전에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의 미성년자 성 학대 의혹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교황청의 진상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자 시성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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