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기 지역 부동산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남부 투자 촉매제 역할을 했던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발사업이 좌초되고 집값 하락이 이어지자 화성·수원·평택·용인 등에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소유주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3만 3646건으로 전년 동기간(3만 6218건) 대비 약 7% 감소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은행 등 채권자가 담보물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이는 지난해보다 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상환 부담이 덜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경기와 충북, 강원, 부산 4곳은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기의 신청 건수는 9008건으로, 1분기 기준 2014년(1만 201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화성시가 8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수원시(776건), 평택시(747건), 용인시(594건) 등 주로 경기 남부에서 토지·건물 등의 임의경매 신청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의 부동산 임의경매 신청은 2023년 1분기 148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776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화성(348건→853건)과 평택(351건→747건)도 2배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남부 지역 경기를 지탱하던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자 더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봤다.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수원·화성·평택·용인은 한 때 개발 열풍이 불면서 저금리 시절 투자 수요가 쏠렸던 지역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과잉 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식산업센터 등 개발이 좌초되자 경매로 넘어가는 토지나 건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의 경우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매매 거래 발길이 끊기고, 결국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까지 평택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24% 떨어져 수도권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경매가 진행돼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저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평택의 A 지식산업센터 전용면적 84㎡ 물건은 지난 달 감정가의 약 53% 수준인 2억 25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용인 처인구의 B 아파트 전용 232㎡는 두 번의 유찰 끝에 지난달 16억 1120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66%로 같은 달 경기 평균(86%)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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