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전문가 결합형 소프트웨어’(SWAS, Software With A Service)가 뜨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변화 움직임이 빨라 차세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SaaS의 한계와 SWAS의 등장
과거 소프트웨어는 CD를 구매하거나 큰 용량의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컴퓨터에 직접 설치해야 했다. 이와 달리 SaaS는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접속해 사용할 수 있다.
편리한 사용성과 적은 비용으로 SaaS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시장 분석 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SaaS 시장 규모는 2026년 3조원, 2033년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SaaS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SaaS 서비스는 총 3만개를 돌파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처럼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부터 세일즈포스ㆍ허브스팟ㆍ슬랙ㆍ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기업들도 많고, 호주의 ‘캔바’나 국내의 ‘채널톡’ 같은 스타트업도 셀 수 없이 많다.
유사한 서비스가 너무 많아지고, 사용자들이 갈수록 더욱 편한 서비스를 원하면서, 이제 SaaS만 제공하지 않고 해당 분야 전문가 인력을 함께 제공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SaaS와 컨설팅을 함께 제공하는 이른바 ‘전문가 결합형 소프트웨어’(SWAS)인 것이다.
세일즈포스ㆍ딜 등 글로벌 트렌드로 주목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의 선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SaaS의 세계 1위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최근 소프트웨어만 제공하지 않고, 전담 컨설턴트와 운영 매니저 등 전문 인력을 함께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컨설팅을 강화한 이후 2024년 매출이 349억달러를 돌파했고, 고객사 유지율이 90% 이상 수준을 회복했다.
글로벌 HR 서비스인 딜(Deel)은 원격 HR 관리 SaaS를 제공하면서, 각국의 노무·세무 전문가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SWAS로의 진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용 회계ㆍ세무 관리 SaaS인 파일럿(Pilot) 역시 기업의 재무제표를 만들어주는 SaaS와 함께 회계사ㆍ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전문 인력을 함께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업무마켓9’이 대표 사례
한국에서도 SWAS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간접 구매’, ‘개인정보 보호’, ‘회계ㆍ세무’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변화 양상이 뚜렷하다.
기업용 간접구매 통합관리 AI 솔루션 ‘업무마켓9’은 기업이 불필요하게 지출하고 있는 비용을 찾아내 절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SaaS와 전문가를 함께 제공한다.
업무마켓9의 AI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 구매 이력 등 기업의 지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절감 여력을 수치화하고, 비용 절감 전문가가 단가 최적화, 공급사 대체, 구매 프로세스 개선 등 실행 전략을 도출한다. 단순한 리포트가 아니라 실제 실행 가능한 전략 문서로 완성되어 SaaS 이상의 컨설팅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무마켓9은 고객사의 비용 지출을 평균 8% 이상 절감해줄 정도로 뛰어난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액은 지난해 120억원을 돌파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지난해 7월 기준 150억원으로, 주요 투자사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신한금융그룹,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인비저닝파트너스 등이다.
개인정보 보호 자동화 솔루션 ‘캐치시큐’도 대표적인 SWAS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손쉽게 수립하고 업데이트하도록 도와주는 SaaS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제공한다. 핀테크 스타트업 ‘브릿지코드’는 재무회계 SaaS ‘파트너스’와 함께 재무회계 전문가 컨설팅을 서비스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IT 업계 관계자는 “AI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뚜렷한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전문가 인력이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혁신적인 IT 솔루션과 함께 전문 인력의 컨설팅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