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미혼모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일반 아이들처럼 생활하며 공부하고 졸업한 뒤 어엿한 대학생과 사회인이 돼 찾아오면 보람을 넘어 감격스럽죠. 청소년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소중한 미래입니다.”
지서운 자오나학교 교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 태어난 이들은 그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10대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자오나학교는 천주교의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가 설립한 기숙형 대안학교다. 10대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숙식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자오나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의 줄임말이다. 자캐오는 마을을 방문한 예수를 보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갔던 성경 속 인물이다.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또 하나의 가정이 돼주고 있는 자오나학교가 올해 설립 11주년을 맞았다. 지 교장은 “출산을 앞둔 청소년, 아기를 키우는 청소년, 어려운 가정 환경과 위기 상황으로 일반 학교를 다니기 힘든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곳에서는 중고등 검정고시를 볼 수 있게 관련 과정을 가르치고 위기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오나학교의 교육비와 숙식비(기숙사비)는 무료이며 10명 정원에 현재 7명이 생활하고 있다. 모두 10대다. 아기를 키우는 청소년의 경우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수업 중에는 아기 돌봄 선생님(자원 봉사자)이 돌봐준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지 교장은 청소년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일반 청소년들처럼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아름다운 것은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부딪히고 깨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때로는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들은 성장통을 통해 한 발 한 발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간다”고 말했다.
청소년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현실에 대해 지 교장은 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시각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임신을 하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가정·학교 탓만 할 수 없다”면서 “이들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와 어른들이 배려하고 가능성을 믿고 동행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나학교 졸업생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학생이 돼 자신의 꿈에 더 바짝 다가간 사람도 있고 사회복지사·간호사·회계사 등으로 성장해 학교를 찾아와 후배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지 교장은 “많은 청소년들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학교 밖으로 나간 게 아니라 가정 해체, 학대, 경제적 빈곤 등으로 사회·학교와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며 “청소년들이 배움의 시기를 놓치지 않게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교장은 앞으로 학교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자오나학교의 존재를 몰라 배움의 때를 놓치고 힘들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갖가지 사정으로 인해 일반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고 싶다”며 “학교를 좀 더 알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한 명이라도 더 찾아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오나학교는 100% 후원으로 운영되는데 여러 사회공헌재단과 150여 명의 개인 후원자들이 아이들을 돕고 있다”며 “후원자들에게는 언제나 학교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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