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희토류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맞불 조치로 핵심 희토류 7개에 대한 수출통제에 나선 상황에서 대부분이 미군의 최신 전투기와 핵잠수함 등 방위력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어서다. 양측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약점만 부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이달 본격적으로 수출 규제에 들어간 희토류는 희소가치가 높은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 등 7개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고 세계의 99%를 중국이 가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IS 분석에 따르면 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35에는 희토류 약 400㎏이 필요하다. 최신예 이지스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는 2200㎏,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4200㎏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이 외에도 토마호크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프레더터 무인항공기 등에 희토류가 사용된다. 미국의 군수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의 희토류 수입이 2~3개월 밀리면 재고가 고갈되고 반년 정도면 제조 공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희토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양국의 무역전쟁이 방위 전력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SIS는 “중국은 미국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첨단 무기 시스템과 장비를 확보하고 있다”며 “희토류 공급에 대한 추가 제재는 이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해 중국이 미국보다 더 빠르게 군사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2024년 국가 방위산업 전략으로 ‘2027년까지 중국 의존에서 탈피한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국내 채굴 확대와 동맹국·우방국으로부터의 조달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희토류 채굴을 확대할 수는 있어도 중국이 가공 기술에서 한참 우위에 있다”며 “제조 시설 건설과 가동 개시까지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현 무역전쟁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고 중국을 대신할 조달처 확보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희토류 부족은 방위산업뿐 아니라 자동차와 드론 등 폭넓은 품목 생산에 영향을 줘 미국 내 제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