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반도체 국산화 목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이후 자국 인공지능(AI) 칩을 활용한 추론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효율성 확보에 주력하는 등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AI 기업 아이플라이텍이 중국 화웨이의 AI칩만 이용해 훈련을 거친 추론 AI 모델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아이플라이텍은 이날 업그레이드된 추론 AI 모델 ‘싱훠X1’을 선보이면서 “국산 컴퓨팅 파워로 훈련한 자급자족 대규모언어모델(LLM)”이라며 “업그레이드를 거친 후 전반적인 성능이 오픈AI의 o1및 딥시크의 R1을 따라잡았다”고 밝혔다.
싱훠X1에 사용된 AI칩은 엔비디아의 ‘A100’를 대체하기 위해 화웨이가 내놓은 ‘910B’다. 아이플라이텍 설립자인 류칭펑 회장은 “910B 칩의 효율성은 지난해 말 엔비디아칩의 20% 수준에 그쳤지만 양사가 협력해 지금은 80%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플라이텍과 화웨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던 지난해 6월 이후 AI 모델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류 회장은 중국산 컴퓨팅 플랫폼만으로 LLM을 구축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컴퓨팅 파워에 대한 미국의 제한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중국의 엔비디아 칩 접근이 완전히 차단된다면 중국 내 인프라로 LLM을 구축한 아이플라이텍의 노력은 중국에 중요한 안전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에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AI 칩 H100 성능에 맞먹는 최신 AI 칩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고객사에 대량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화웨이는 기존 910B 2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910C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맞춤형 AI 칩 H20 수출을 막으면서 화웨이가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텐센트 등 AI 컴퓨팅 파워 수요가 급증한 중국의 기술 기업들은 일찌감치 수십억 달러 규모의 H20칩을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에 엔비디아에 H20칩 약 100만 개를 급히 주문했다. 약 120억 달러어치 주문량이지만 규제 전 실제 수령한 것은 수십억 달러 상당에 그친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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