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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코너의 저주’는 14년 전과 똑같았지만…유약했던 ‘2011년 매킬로이’는 없었다

마스터스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우즈 이후 25년 만에 그랜드슬램

우승을 확정한 뒤 감격에 겨워 흐느끼고 있는 매킬로이.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14년 전 4월의 하늘이 지독히 눈부셨던 그날. 마스터스 최종일을 앞두고 공동 2위 그룹을 4타나 앞섰던 ‘21살 청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미소조차 호기롭게 오거스타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그 패기 넘치던 미소가 사라진 건 순식간이었다. 1번 홀(파4) 보기에 이어 5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하자 눈빛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7번 홀(파4) 버디로 잠시 냉정을 되찾는 듯했던 그의 샷은 그 유명한 아멘코너를 앞둔 10번 홀(파4)에서 속수무책 무너지기 시작했다. 티샷이 왼쪽 숲으로 들어가면서 치명적인 트리플 보기가 나왔다.

우승 후 무릎을 꿇고 포효하고 있는 매킬로이. 사진 제공=EPA연합뉴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5년 4월 14일 미국 조지아 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다고 하지만 그 눈부셨던 하늘은 14년 전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훌쩍 성장한 ‘35살의 매킬로이’였을 것이다. 그 앳됐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짙게 서려있었다. 또 달라진 게 있다면 14년 전 ‘4타차 선두’가 지금은 ‘2타차 선두’로 여유가 더 없어졌다는 점이다. 게다가 1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로 2타를 잃으면서 그 여유마저도 사라졌다.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는 매킬로이. 사진 제공=AP연합뉴스


하지만 매킬로이는 14년 전 쉽게 흔들리던 매킬로이가 아니었다. 3번 홀(파4)과 4번 홀(파3)에서 연달아 버디를 떨어뜨리며 빠르게 회복했다. 9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더했고 심지어 14년 전 ‘악몽의 시작’을 알렸던 그 10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고 그린재킷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14년 동안 변하지 않은 건 또 있다. 오거스타의 아멘 코너는 ‘21살의 매킬로이’에게나 ‘35살의 매킬로이’에게나 여전히 잔인했다.

매킬로이(앞)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는 셰플러. 사진 제공=EPA연합뉴스


2011년 4월의 그날. 매킬로이는 아멘 코너의 첫 홀인 11번 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찍었다. 설상가상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3홀인 12번 홀에서는 4퍼트가 나왔다. 이번에는 스코어카드에 더블보기가 찍힌 것이다. 결국 후반에만 7타를 잃은 매킬로이는 ‘악몽의 하루’를 보낸 끝에 8오버파 80타를 치고는 단독 선두에서 공동 15위로 하릴없이 스러졌다.

아멘 코너는 14년이 지났지만 매킬로이에게 만큼은 결코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11번 홀(파4)에서 14년과 똑같이 보기를 범했고 12번 홀(파3)을 파로 무난히 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아멘 코너의 마지막 13번 홀(파5)이 심술을 부렸다. 세 번째 샷이 그만 오른쪽으로 실수가 나오면서 공이 그린 앞을 가로지르는 개울(페널티 구역)로 들어갔다. 이 홀에서만 2타를 잃은 매킬로이는 14년 전과 똑같이 아멘 코너에서만 3타를 잃고 흔들거렸다.



딸과 아내 앞에서 기뻐하고 있는 매킬로이. 사진 제공=EPA연합뉴스


그렇게 ‘아멘 코너’는 여전했지만 매킬로이는 예전이 그 심약했던 14년 전의 매킬로이는 아니었다.

14번 홀(파4)에서 다시 보기가 나오면서 무너질 법도 했지만 15번 홀(파5)에서 2온 2퍼트로 버디를 잡고 일어났고 17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더하면서 다시 선두로 복귀했다.

그리고 18번 홀(파4)에서 12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터무니없이 벙커에 빠트리고 1.5m 거리의 파 퍼팅을 놓치면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타(11언더파 277타)를 이뤄 연장전으로 끌려들어갔지만 그건 오거스타가 준비해둔 ‘웰 메이드 드라마’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다.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매킬로이와 디섐보. 사진 제공=로이터연합뉴스


18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에서 먼저 버디 퍼팅을 시도한 로즈가 실패하자 두 번째 샷을 90㎝에 붙인 매킬로이는 기어이 이 퍼팅을 성공하고 14년 묵은 ‘아멘 코너의 저주’를 깔끔하게 풀었다.

2011년 US오픈, 2012년과 2014년 PGA챔피언십 그리고 2014년 디 오픈에서 정상에 섰던 매킬로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마지막 퍼즐 ‘마스터스 우승’을 조심스럽게 끼워 맞췄다.

1935년 진 사라센, 1953년 벤 호건, 1965년 게리 플레이어, 1966년 잭 니클라우스 그리고 2000년 타이거 우즈에 이어 25년 만에 통산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의 탄생이었다.

매킬로이와 연장전을 펼친 로즈. 사진 제공=AP연합뉴스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순간 매킬로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함성을 지르기보다는 18번 홀 그린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쳐 박고는 한동안 흐느꼈다. 기쁨의 포효는 그 다음이었다.

연장전을 치른 로즈도,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매킬로이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준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이날은 주인공 매킬로이를 더욱 빛나게 하려고 마련된 조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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