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브랜드 마뗑킴이 도쿄 패션의 중심지 시부야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마뗑킴은 무신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현지 배송 서비스도 시작하며 일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마뗑킴 시부야점은 이달 24일 복합문화 쇼핑몰 ‘미야시타 파크’ 2층에 문을 연다. 26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최대 연휴 ‘골든위크’를 앞두고, 현지 오프라인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하는 셈이다.
日 도쿄 시부야에 단독 매장…K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중 유일
국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가 일본 미야시타 파크에 공식 단독 매장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일본 주요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현지 반응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일본 젊은층이 주로 찾는 쇼핑 핫플레이스에 정식 매장을 내면서 K패션 유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뗑킴이 단독 매장을 낸 시부야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300만 명에 달하는 도쿄의 대표 번화가다. 특히 매장이 들어서는 미야시타 파크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패션·라이프스타일 매장이 들어서 있는 시부야의 랜드마크다. 공원과 상업 공간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 덕분에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로 꼽힌다. 2020년에는 세계 최초의 루이비통 맨즈 플래그십 스토어와 뉴욕 기반 편집숍 키스(KITH)의 일본 1호점이 이곳에 문을 열었다.
단독 매장 입점 가능하게 한 ‘무신사 효과’…현지 배송도 주도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가 밀집한 시부야 핵심 상권에 마뗑킴이 단독 매장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신사와의 파트너십이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11월 마뗑킴과 일본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전반에 대한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후 약 3개월간 현지 상권과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입지를 선별해 시부야 중심에 단독 매장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무신사는 이달 말부터 마뗑킴의 일본 현지 배송도 시작한다. 현지 고객이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 평균 2.5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게 된다.
K패션이 일본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실제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일본에 단독 매장을 오픈한 사례는 여전히 열손가락 안에 꼽는다. 상가 임대차 계약부터 채용, 재고 관리, 물류 등 해외에서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전체 소매 시장 규모에 비해 이커머스 침투율이 10% 초반에 불과할만큼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가 강세다. 현지 시장 이해도와 운영 노하우를 갖춘 파트너가 필수적이었던 이유다.
1000억 매출 브랜드 마뗑킴, 왜 무신사를 택했나
마뗑킴은 이미 국내에서 1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하며 중견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다양한 유통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뗑킴이 대형 유통사를 제치고 무신사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패션·유통 업계 안팎에서도 이례적인인 행보로 평가된다.
여러 파트너사와 테스트를 거친 끝에 마뗑킴이 무신사를 선택한 데에는 무신사가 이미 현지에서 K패션 진출의 길을 닦아온 대표 사업자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한 이후 국내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무신사가 해외 시장에 가장 많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 중이라 현지 고객 반응과 수요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일본은 글로벌 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거래액을 차지하는 국가였기 때문에 오프라인 진출 이전부터 일본 고객의 구매 패턴과 트렌드를 분석해 현지화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신사는 국내 최대 패션 버티컬 플랫폼으로, 브랜드 인큐베이팅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전반적인 패션 비즈니스 노하우를 갖춘 조직이다. 마뗑킴과의 파트너십 역시, 이 같은 점 덕분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뗑킴·무신사, “향후 5년 내 15개 매장 확대 목표”
마뗑킴은 2022년 11월부터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 입점해 일본 고객을 만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일본 내 거래액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마뗑킴은 이번 1호 매장 오픈을 통해 현지 K패션 붐에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릴 전망이다. 무신사는 향후 5년 내 일본 내 마뗑킴 오프라인 매장을 15개까지 확대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국내 브랜드의 일본 시장 성장 가능성을 일찍이 포착하고, 진출 지원 사업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면서 “그간의 경험과 전략을 집약해 시부야에 입성한 무신사와 마뗑킴이 K-패션의 퍼스트펭귄으로서 신시장 개척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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