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역 전쟁의 여파와 원유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우디의 재정적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재정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브렌트유의 가격 전망을 기존 배럴당 69달러에서 62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사우디의 올해 재정적자가 300억 달러에서 최대 75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정부 수입의 60~80% 이상이 원유 수출에서 나온다. 유가가 하락하면 같은 양의 석유를 팔아도 수익이 감소하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사우디는 재정 균형을 위해 배럴당 90달러 이상의 가격이 요구된다. 그러나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기준 63.33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약 14% 하락한 수준이다.
사우디가 추진하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 2030’ 프로젝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우디 경제를 변혁하고 수입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사업의 주축은 매사추세츠주 크기의 사막 지역에 미래 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개발이다. 2034년 월드컵과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 등 대형 이벤트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러시아 역시 원유 가격 하락에 타격을 입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전체 정부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유가 하락은 국가재정의 불안정으로 직결된다. 이번 관세 대상에서 러시아는 제외됐지만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수요 위축이라는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국방과 안보에 약 1360억 달러(약 197조 원)를 배정했지만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사 지출은 최대한 방어하겠지만 도로와 지하철 등 민간 인프라 예산은 올해 여름부터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 둔화도 러시아에는 악재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중국의 성장률을 최대 2%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이는 러시아의 주요 원유 수출국인 중국의 에너지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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