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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닿을 듯한 해골 더미,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조각

■인체 조각 거장 '론 뮤익'展

두개골쌓은 '매스' 높이만 14m

대표작 '침대에서' 등 10점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서 7월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5, 6전시실에서 열리는 '론 뮤익' 전에서 만날 수 있는 '매스(2016~2017)'의 설치 전경.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매스는 설치 공간의 건축적 특징에 따라 형태와 분위기가 모두 달라지기에 한국만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김경미기자




거대한 100개의 해골 더미가 14m 높이 천장까지 쌓였다. 해골 몇 개는 차곡차곡 쌓이다 균형을 잃어 바닥에 쏟아져 내린 듯도 보인다. 바닥에서 천장으로 자연스레 시선을 올리면 밝은 빛이 드는 작은 창에 닿는다. 마치 로마의 지하 무덤(카타콤)을 연상하게 하는 설치의 구성은 작가인 론 뮤익이 제안했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론 뮤익 스튜디오의 큐레이터 찰리 클라크는 “100개의 대형 두개골로 완성된 ‘매스(Mass)’는 처음부터 많은 해석과 가능성을 부여하고 싶어 기획됐다”며 “공간과 특별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매번 의도적으로 변형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가는 전시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공간의 높은 층고와 천장에 위치한 창문 때문에 마치 지하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며 “특정한 해석을 이끌어내려 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해달라”고 덧붙였다.

중년의 남성과 닭이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조각 ‘치킨/맨(2019)'은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론 뮤익’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의 대표작 중 가장 최신작이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올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적인 거장 ‘론 뮤익’ 전이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67)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1990년대부터 30여 년 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 10점을 비롯해 작가의 작업을 촬영한 스튜디오 연작 사진 12점, 작가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 총 24점이 소개된다.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활동해 온 작가는 조각 매체의 재료나 기법, 표현 방식 등에 있어 현대 조각의 경계를 넓힌 인물로 평가받는다. 머리카락 한 올과 주름진 살결, 팔에 난 솜털과 조금 자란 손톱·발톱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는 극사실주의 조각을 선보여 매번 경이롭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실물로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전시도 6개국 기관·개인의 협력으로 작품 10점을 겨우 모았다고 한다. 특히 ‘매스’의 경우 경우 100개의 대형 두개골을 해상 운송하는 데 두 달이 걸렸고 설치에도 2주일이 소요됐다.



론 뮤익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침대에서(2005)’는 가로 6.5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로 관람객들에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 김경미기자


갖은 수고로움 속에 마침내 한국을 찾은 작품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인간을 빚어냈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사실적인 인간의 형상들은 금방이라도 시선을 맞추고 말을 걸 것처럼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이질적인데 조각의 실물 크기가 생각보다 더 크고 또 생각보다 더 작아서다. 예컨대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침대에서’의 경우 가로 6.5m에 이르는 거대한 작품인 반면 십대 연인이 밀착해 서 있는 모습을 조각한 ‘젊은 연인’은 높이가 90㎝ 남짓하다. 스케일은 작가의 특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극사실주의를 추구하지만 실제와 조각을 헷갈리게 하고 싶지 않고 관람객들이 지금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에 서 있다는 느낌을 선명하게 전달하고 싶어 인물의 크기를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외형을 조각하지만 특정인을 재현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작품들은 그저 인간의 형상을 드러내면서 관람객들에게 전시장 밖 경험과 개인적 삶, 주변의 인물들을 떠올리도록 안내한다. 공동 전시 기획자인 키아라 아그라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큐레이터는 “그의 조각들은 대답을 준다기보다 오히려 질문을 한다”며 “작품의 해석은 언제나 열려 있으며 관람객에 따라 다른 느낌과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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