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3월 25일(현지 시간) “북한은 언제든(on short notice) 추가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개버드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의 모두발언 자료에서 “북한은 미래의 협상에서의 지렛대로 그들의 증대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비행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미국의 군대와 동맹국, 미국의 본토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더 강력한 전략·재래식 역량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의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하고 정권을 방어하며 적어도 암묵적으로(tacit)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의 핵보유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짚고 가야 할 대목은 북한이 지난 3월 3일 극초음속 활공비행 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는데, 미사일이 불규칙한 비행 궤적으로 요격이 어려운 신형 ‘전략공격무기’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로써 각이한 사거리를 가진 모든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며 ‘특대 사변’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실이라면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 ‘북극성-1’형을 처음 시험한 지 10년 만에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형태와 사거리의 핵 미사일 무기 체계를 사실상 완성했다는 의미다.
모든 미사일에 대해 언제든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화, 변칙 기동을 일으킬 수 있는 탄두조정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화까지 이뤘다면 우리에겐 치명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갑자기 쏜 극초음속 핵 미사일이 비행궤도까지 바꿔가며 날아올 경우 이를 완벽하게 요격하고 방어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 사실다.
과연 북한의 핵 공격은 현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 군사적 도발로 이어질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홍우택·신승기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한반도 핵위기 고조 가능성과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 9월 ‘핵무력정책법’을 발표했다. 이는 2013년에 발표한 자위적 핵 보유법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보유하려는 목적은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표한 법이라며, 10여 년이 지나 새롭게 ‘핵무력정책법’을 재정해 핵무기를 방어가 아니라 공격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법이다.
핵무력정책법에 밝힌 핵무기 사용에 다섯 가지 조건을 들고 있다. 첫 번째는 핵 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두 번째는 국가지도부 그리고 국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핵무기 혹은 재래식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다.
세 번째 조건은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네 번째 조건은 유사시 전쟁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지막 조건은 기타 국가의 존립 및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다. 요약하면 ‘나를 건드리지 말아라, 건드리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핵무력정책법’ 재정, 핵무기 공격용 명시
상대방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았어도 상대방에게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보복 공격능력이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의 핵공격으로 나의 핵무기가 전부 파괴되었다면 나는 보복 공격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핵 보복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KIDA는 북한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생산량에 대해, 영변의 우라늄 8000㎏-SWU(농축능력) 시설 한 개에서 연간 42.6㎏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한다고 가정하면 12년 동안 가동할 때 북한은 현재 511㎏을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최대 4개의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가정할 경우 연간 170.4㎏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어 이를 13년 동안 가동했다면 북한은 2044㎏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면 한 발당 약 25㎏ 정도의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 이를 핵무기의 수량으로 환산하면 현재 최대 80여 발 정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추세라면 북한은 2030년까지 3408㎏의 고농축우라늄과 136발의 우라늄탄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또 북한이 연간 7.4㎏의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해 이를 바탕으로 현재 북한이 68~78㎏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해 이를 핵탄두 수량으로 환산하면 17~19발 정도다. 이러한 추세라면 2030년에는 107~123㎏의 플루토늄 및 플루토늄 핵탄두 26~30발 정도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종합하면, 북한은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 모두를 포함해서 현재 보유량은 대략 100개 전후로 추정되고, 앞서 분석한 향후 추정량을 종합하면 2030년 무렵 대략 200여 개 전후, 2040년 무렵까지는 대략 300여 개 전후의 핵탄두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北, 2030년 무렵 핵탄두 200여 개 보유
보고서는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게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미사일 무기도 분석했다.
전략급 유도무기와 전술급 유도무기로 나눠 살펴봤다. 우선 전략급 유도무기 경우, 첫 번째는 화성-17형, 화성-15형으로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두 ICBM은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현재 북한의 액체연료 엔진 성능은 양호한 편으로, 2023년 3월 시험 발사에서는 최대고도 6000㎞가량을 고각으로 비행해 ICBM으로서 충분한 사거리를 보여줬다.
두 번째 무기는 화성-18형이다. 화성-18형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이다. 현재 북한의 고체연료 기술을 완성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특히 재 진입체의 안정적인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사전에 탐지하기가 어렵다. 북한은 2020년 10월 북극성-3형을 최초로 시험 발사한 이후 현재까지 신형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북한이 개발 중인 전략급 SLBM의 성능은 여전히 미지수다.
네 번째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2022년 10월 화성-12형의 성능을 개량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태평양을 향해 발사했고, 최초의 정상 각도로 시험한 발사였고 성공하면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전반적 성능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화성-8형으로 보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는 2021년 9월에 이루어졌다. 한미연합의 탐지·추적 정보에 따르면 대략 200㎞가량(고도 30㎞) 비행했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대기권에서 활공 재도약을 위해서는 발사 이후 지적선 기준으로 대략 600km 전후 지점까지 탄도 비행을 해야 하지만 실패했다.
이후 북한은 2022년 1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 가량 극초음속 활공체라고 주장하는 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2024년 4월에도 신형 극초음속 활공 체인 화성-16 나형을 시험 발사해 비행이 성공적이라 고 발표했지만 한미일의 정보분석 결과는 실패로 판단했다.
이외에 전술급 유도무기는 KN-23, KN-24, KN-25라고 할 수 있는데 모두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고 사실상 개발을 완료하고 전력 배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무엇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은 사실상 개발이 완료돼 차륜형 발사차량 뿐만 아니라, 기차 및 잠수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하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美확장억제·한미동맹 北두려움 만들어”
보고서는 위에서 언급한 핵탄두 현황, 발사체(미사일 종류)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에 대해선 “핵무기를 사용해서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은 작다. 평시건 전시건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다만 가능성이 작아도 이에 대비를 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은 군사의 기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한미가 보복을 한다고 인식해서 생기는 두려움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미동맹이 이러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며 “한미의 우월한 군사력과 핵 능력이 북한의 인식체계를 두려움으로 채웠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정책 및 전략은 대량보복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야 하고, 현재로선 확장억제가 최선”이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다만 “당장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그렇지만 핵농축과 재처리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고, 현재 미국과 맺은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일본과 같은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래식 군사력은 우리가 앞선다고 할 수 있어도 핵능력을 포함하면 셈법은 달라져 북한이 우리보다 우월한 군사력과 핵능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면 위험하다”며 “그렇게 인식한다면 북한은 전쟁을 선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군비경쟁이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의 능력을 키우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오히려 군비축소가 전쟁으로 이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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