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관련한 가짜뉴스 소동이 불거지며 미국 증시가 요동치는 일이 발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진위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관세 전쟁의 여파로 하락 출발한 뉴욕증시의 3대 지수(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10시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 90일 간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 후 급반등하며 상승 반전했다.
발단은 로이터통신의 이날 오전 10시19분 '해싯 :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한 관세에 90일 일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CNBC'라는 속보 보도였다. 불과 10여분 사이 나스닥 지수는 장중 저점에서 10% 이상 급등했고, 다우지수는 장중 최저점 대비 최고점까지 2595포인트 상승으로 사상 최대 일간 변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이 상호관세 일시 중단 관련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하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다시 급락한 뒤 전 거래일 마감가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 양상을 보였다. WSJ는 잘못된 정보에 의한 소동으로 이날 오전 장중 2조 4000억 달러(3500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불어났다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CNN·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짜뉴스 소동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잘못 인용돼 확산된 결과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90일간의 유예(pause)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려는 것을 결정할 것"(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 what 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임에도 오전 10시 11분에 당시 팔로워가 1000명 정도였던 '해머 캐피털'이라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한 관세에 90일 일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처음 등장했다. 그러자 팔로워 85만 명인 엑스의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월터 블룸버그가 10시 13분께 이 내용을 공유했다.
당시 생방송 중이던 CNBC의 칼 킨타닐라 앵커는 시장이 갑자기 반등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에 우리는 이 헤드라인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간 관세 일시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라면서 월터 블룸버그의 엑스 글 내용을 언급했다. CNBC는 해당 방송 중 자막으로도 이 내용을 내보냈다. 로이터통신의 속보 보도는 이 보도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에 미국 백악관 신속대응팀은 해싯 위원장의 폭스뉴스 발언 영상을 엑스에 공유하면서 "해싯 위원장은 그 말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라고 분명히 말해왔다"라고 해명했다. 로이터통신의 속보 보도 전 해당 내용을 보도한 CNBC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인용해 90일간 관세 일시 중단 검토설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보도했다. 이후 CNBC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자막에 게재했으며 기자들이 방송 중에 그것을 바로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이날 12시 28분에 CNBC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90일간 관세 유예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백악관이 부인했다면서 잘못된 보도를 철회하고 실수에 대해 사과한다고 안내했다.
월터 블룸버그는 이후 CNBC 보도의 근거가 된 해당 엑스 글을 삭제했다. 월터 블룸버그는 NYT에 "시장 움직임(4.5% 상승)을 고려할 때 그 헤드라인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고 10시 13분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는 것에 열려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