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된 국민의힘의 잠룡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당내 대권 후보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관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예고했고 안철수 의원은 광화문광장에서 공식 출정식을 가졌다. 조기 대선에서 압도적 1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대권을 노리는 여러 주자를 불쏘시개 삼아 당내 경선에서 흥행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장관직 사의를 표명한 후 “국민들께서 원하고, 국가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을 해결해야 할 책임감을 느꼈다”며 9일 대선 출마 선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지나며 이미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른 김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으며 꾸준히 지지율 1위를 달려왔다. 앞서 전날에는 전직 국회의원 125명으로 구성된 ‘김문수 장관의 대선 출마를 바라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모여 기자회견을 통해 김 장관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장관의 당내 지지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매우 뜻밖이지만 국민들의 뜻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정치 현실과 그에 대한 답답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난으로 경제도 어렵고 국민이 굉장히 힘들어한다”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온 국민이 단합해 국난을 극복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이 발전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도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의힘 잠룡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공식 출정식을 가지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안 의원은 연설에서 자신이 “이재명 대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 갈등에는 정쟁을 유발한 이재명 민주당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며 “국민은 이재명 민주당에 정권이 넘어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철수만큼 민주당의 약점과 강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며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인 안철수를 선택해달라”고 당부했다.
‘과학입국’을 통한 대한민국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이상 과거를 바라보는 검사·법률가 출신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지금과 같은 인공지능(AI) 시대에서는 과학자·경제인과 같이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만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AI 산업에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수백조 원의 투자를 단행하고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후보군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이번 주중 출사표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방어를 주도해온 나경원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후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앞다퉈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흉악범이 난무하는 세상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키려면 확정된 사형수는 반드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집행을 해야 한다”며 ‘사형제 부활’을 제안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출마를 하게 된다면 서울시의 행정을 통해 이뤄낸 ‘서울런’ 같은 검증된 정책들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게 대표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런은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취약 계층 6~24세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 1대1 멘토링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울시 복지 사업이다.
대선 후보들이 몸풀기에 나서자 국민의힘도 정책 발굴을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김상훈 정책위의장 주재로 대선 공약 개발을 위한 첫 회의에 나섰다. 회의에서는 특히 서민·중산층에 대한 지원과 2030 청년 세대의 취업·생활안정 지원, 선택적 정년 연장 제도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회의를 정기적인 회의체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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