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선고를 불과 수 시간 앞둔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 일대는 찬반 시위대가 집결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찬반 진영은 한남초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나뉘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경찰도 현장에 기동대를 대거 투입했다.
탄핵 찬성 측 참가자들 약 100명이 오전 8시께 한남동 일신홀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간식을 나눠 먹고 음악을 틀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 남성은 통기타를 들고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를 연주했다. 20대 여성은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주최 측이 집회 인원들을 위해 감귤청과 컵라면을 비롯한 간식거리를 배포했다. ‘축 파면’이라는 문구를 붙인 징을 들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최정원(50) 씨는 “징은 축하 케이크 같은 의미”라며 “탄핵이 선고되면 혁명 같은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보수 유튜버 ‘부배달’이 확성기와 휴대폰을 들고 찬성 진영으로 접근하면서 급변했다. 참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욕설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 남성이 흥분해 그에게 다가서자 주변 참가자들이 나서서 말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다른 집회 인원들이 “경찰이 막아달라”며 고성을 지르거나 현장 사진을 찍는 다른 행인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물러나는 부배달을 태극기를 든 한 70대 남성이 뒤쫓는 추격전도 벌어졌다.
탄핵 반대 진영은 같은 시각 한남동 볼보빌딩 앞부터 도이치모터스 건물 인근까지 집결했다. 전광훈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측은 당초 광화문으로 예정됐던 집회 장소를 돌연 한남동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급조된 분위기 속에서 ‘광화문국민대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한남동 집회에 그대로 내걸리는 웃지 못할 풍경도 빚어졌다.
연단에선 “선관위 서버를 까야 한다” “범죄자 구속하라”는 내용의 노래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 “민주당 해체” “공산당이 싫어요” 등 구호를 연호하는 소리도 들렸다. 연단에 오른 보수 유튜버들이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쏟아내자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인근에는 ‘애국 우파에게 드립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부스가 등장해 30여 명의 줄이 늘어섰다. 길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평전을 1만 3000원에서 1만 원으로 할인 판매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집회 구역을 지나던 행인들이 때로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28개 부대 약 2000명을 관저 인근 현장에 배치했다. 보호구를 착용한 경력이 인도 위에 촘촘히 세워졌다. 인파가 몰리자 서울교통공사는 6호선 한강진역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시내 버스도 오전 10시부터 인근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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