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주연한 밀리터리 액션 영화 ‘탑건’에서 콜사인 ‘아이스맨’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가 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6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은 킬머의 사망 소식과 함께 킬머의 딸인 배우 메르세데스 킬머를 통해 그의 사인이 폐렴이라고 전했다. 킬머는 ‘탑건(1986년)’을 비롯해 ‘더 도어즈(1991년)’ ‘배트맨 포에버(1995년)’ 등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해 도시적이고도 반항적인 모습으로 영화 팬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1959년 LA에서 태어난 킬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재능을 보였고 고교 졸업 후에는 뉴욕의 명문 예술대 줄리어드의 드라마학부에 최연소로 입학한다. 1984년 데뷔작 ‘톱 시크릿’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던 그는 1986년 크루즈와 함께 토니 스콧 감독의 ‘탑건’에 캐스팅돼 아이스맨이라는 콜사인의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금발의 미남 이미지가 강했던 킬머는 그러나 까다로운 성품으로 감독들과 자주 불화하며 ‘악동’이라는 평판도 얻었다. ‘배트맨 포에버’를 연출한 조엘 슈마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킬머를 “내가 함께 일했던 인간 중 정신적으로 가장 문제가 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영화 ‘세인트’를 연출한 필립 노이스 감독은 1997년 시카고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세간의 평가를 부인하며 “킬머는 나쁜 이미지로 점철됐지만 대부분은 부당하다”며 “진짜 발 킬머는 (유순한) 양이이며 내가 봐온 배우 중 가장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킬머는 2014년 후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기관절개술을 받아 원래의 목소리를 잃었지만 2020년에는 배우인 딸 메르세데스 킬머와 함께 영화 ‘페이더트’에 출연한 데 이어 ‘탑건’ 후속작인 ‘탑건: 매버릭(2022년)’에도 출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