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와 과천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거래가격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재지정으로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린 잠실을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와 용산이 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이다 보니 풍선 효과로 수요가 일부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마포와 과천 역시 거래 문의가 줄고 있는 데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집값 상승세가 지속할 지는 미지수다.
1일 마포구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포 대장아파트 격인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신고가인 24억 70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마포구가 반사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며 호가를 올려 왔다”며 “결국 신고가 계약이 체결되며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고가 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호가도 급등했다. 한 집주인은 25억 원에 내놓은 매물을 지난달 30일 26억 5000만 원으로 단숨에 올렸다.
이에 잠실 대표 아파트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와 마포의 대장아파트 간 격차는 좁혀졌다. 일부 매물에서는 호가 역전 현상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잠실 엘스의 경우 전용 84㎡ 최저 호가가 26억 원까지 내려갔다. 잠실 엘스의 최고가는 30억 5000만 원으로 서울시가 지난 2월 토허구역을 해제한 후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신고가 대비 최저 매물가격이 4억 가까이 내려간 상황이다. 리센츠와 트리지움 전용 84㎡ 매물의 최저가도 27억 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천 역시 잠실을 위협하고 있다. 과천 자이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22일 23억 1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고가 대비 1억 5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 현재 호가는 23억 5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과천 주공 10단지 전용 83㎡의 경우 호가는 27억 원으로 급등했다. 전용 105㎡ 매물(1층)은 2월 28일 27억 원에 거래된 뒤 현재 호가는 30억 원까지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에서도 토허구역으로 포함된 송파와 미포함된 마포와 과천의 시장 분위기는 명확히 엇갈렸다. 송파의 경우 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3월 17일 기준 0.79%까지 상승했다가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3월 24일 하락 전환해 -0.03%를 기록했다. 반면 마포와 과천은 3월 24일 기준 각각 0.21%, 0.55%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정부가 마포와 과천, 성동 등 가격 상승 폭이 큰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상승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토허구역 재지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욱 심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추가 확산할 경우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포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신고가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거래 문의는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집주인들은 가격 상승을 희망하고 있지만 매수자들 사이에선 규제 지역으로 묶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거래량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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