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날짜를 4일 11시로 확정한 건 8인 재판관이 인용·기각·각하 등 판단을 굳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달 25일 변론 종결 이후 평의를 거듭한 만큼 각자 파면 여부에 심증을 굳혔다는 의미다. 선고까지 헌재의 ‘침묵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 기간 각자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헌재는 이날 4일 11시로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날짜를 지정·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으로 앞서 두 차례 탄핵심판 기간을 넘어선 최장 기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63일, 91일 만에 인용·기각·각하 등 선고가 이뤄졌다.
헌재는 통상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경우 2~4일 전 기일을 정해 공지해왔다. 지난달 24일 기각된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우 선고 나흘 전에 기일을 지정·공개했다. 같은 달 13일 기각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 선고 날짜도 이틀 전에 기일을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헌재는 선고를 이틀 앞두고 기일을 지정·공개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헌재가 일찍 선고 날짜를 공표할 경우 자칫 극단적 여론 갈등만 깊어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헌재의 선고 날짜와 실제 인용·기각·각하 등 판단 사이 기간이 길어졌을 시 찬·반 여론이 격하게 충돌할 수 있는 부분까지 염두했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최종 탄핵 여부를 결정지은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계속된 평의로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으나, 선고 당일 표결(평결)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헌재는 일반적 사안의 경우 평의·평결을 마무리하고 결정문은 작성하는 단계에서 기일을 지정한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선고 이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서는 평결 전 미리 선고 날짜를 공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서 표결을 할 시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선고 당일 평결이 이뤄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헌재 안팎에서는 재판관들이 연이은 평의 과정에서 인용·기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결정문을 작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뼈대가 되는 건 변론 진행 과정에서 헌재 연구관들이 작성한 초안이다. 이를 토대로 평의에서 합치되는 의견을 담아 결정문을 연일 보완 중이라는 것이다. 선고 당일 평결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문을 확정한다. 만약 8인 재판관 가운데 탄핵 인용 정족수인 6명 이상이 인용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이 경우 헌재는 '탄핵 인용'을 주문으로 정한다. 또 찬성 측 재판관들의 탄핵소추 사유별로 의견을 밝힌다.헌법에 어긋한 윤 대통령의 행위가 무엇이며, 위반의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상세하게 적시한다.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한 재판관은 소수 의견으로 결정문에 반영된다. 반대로 기각 또는 각하로 결정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이 때 헌재는 이 같은 판단을 내린 사유가 결정문에 우선적으로 담긴다. 또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각 재판관의 찬반 여부가 결정문에 표시된다. 이 전까지 헌재재판관들은 결정문을 회람하며 수정을 거듭한다. 소수 의견에 대해서도 별도 의견으로 반영하고, 최종 확정 시 8인의 헌재재판관이 각자 서명을 한다.
선고 방향을 결정하는 평결의 순서는 최근에 임명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부터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마지막에 의견을 밝힌다. 이는 선임 재판관 혹은 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의 의견이 후임 재판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막고 독립적인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평결·최종 결정문 작성 등이 완료된 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주문 낭독은 문 권한대행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때도 각각 윤영철 당시 헌재소장과 이정미 권한대행이 각각 결정문을 낭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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