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한 해 난임 시술 건수가 20만 건(2022년 기준)을 돌파했다. 시술을 받은 대상자는 7만 8543명으로 한 명당 평균 3번의 시술을 받았다. 난임 시술을 받은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37.9세로 나타났다. 난임 시술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40세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늦은 나이에 결혼한 부부가 임신 계획이 있다면 가급적 조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계로 보는 난임시술' 책자를 발간했다. 급여명세서를 기반으로 산출했던 기존 자료와 달리 전체 난임시술 지정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집한 난임시술기록지를 바탕으로 산출한 통계여서 의료현실을 더 잘 반영한 수치라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난임 원인부터 시술 과정별 세부 산출 통계, 임신율 등이 처음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의료기관 201곳에서 시행한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 7건으로 2019년 14만 6354건에 비해 3년 만에 36.7% 급증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데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시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각각 33.97세와 31.45세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20여만 건 중 체외수정시술이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16만 6870건(83.4%)을 차지했다. 인공수정시술은 3만 3137건(16.6%)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체외수정은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배양한 다음 이를 자궁 내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흔히 '시험관아기'로 불리며 배야의 동결 여부에 따라 신선배아와 동결배아 이식으로 나뉜다. 인공수정은 여성의 배란기에 맞춰 운동성 높은 정자를 자궁 안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난임 원인별로 보면 여성만 난임인 경우가 64.2%로 가장 많았고 남녀 모두 난임인 경우(20.8%), 남성만 난임인 경우(15.0%) 순으로 나타났다. 난임시술 완료 후 초음파 검사에서 임신낭이 확인된 경우를 뜻하는 임신율은 체외수정이 평균 36.9%로 인공수정(13.0%)보다 높았다. 체외수정의 경우 1~4차가 전체 시술의 78.3%를, 인공수정 시술은 1~2차가 전체 시술의 81.4%를 차지했다. 1~2차 시도만에 임신에 성공한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분석이다.
시술 유형과 관계없이 시술 대상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임신율이 높고, 40세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외수정 중에서도 동결배아 임신율은 25∼29세엔 임신율이 50.9%에 달했지만 30대에 40%대, 40대 초반에 30%대로 낮아지다 45세 이상에선 9.4%로 급감했다. 인공수정의 경우 체외수정보다 임신율이 대체로 낮았는데 25세 미만이 17.3%로 가장 높고 45세 이상에선 0.7%에 그쳤다.
임신성공률과 나이가 반비례하는데도 난임시술을 받은 대상자의 연령은 체외수정은 35세~39세(34.2%), 인공수정은 30~34세가(43.0%)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의료계에서는 가임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로 연령을 꼽는다. 실제 여성의 가임력은 20대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3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김세정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35세부터는 6개월 동안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해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바로 난임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며 “초혼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임을 감안해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부부라면 적어도 35세 이전에 의료기관을 찾아 가임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난소기능검사(AMH), 초음파 등 가임력 검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난 만큼 자연임신을 시도하느라 무작정 시간을 허비하기 보단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적기에 난임시술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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