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경북 의성 산불로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를 비롯해 22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산청 산불은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내부까지 번지며 영남권 전체가 화마에 휩싸인 모습이다. 산림 당국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으나 변덕스러운 강풍과 건조한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26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영남 지역 산불로 지금까지 총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이들 대다수는 빠르게 번지는 불길을 피하기 힘든 고령층 또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로 알려졌다.
향후 산불 확산세에 따라 추가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청 산불 진화율은 이날 75%로 하락하며 지리산 경계를 뚫고 들어왔다. 의성 산불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5㎞ 앞까지 접근하며 인근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성 산불은 청송·영덕 쪽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데 강한 바람을 타고 영덕의 위쪽인 울진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방 당국은 불길이 거세 산불 자체를 잡기 힘들다 판단하고 민가나 문화재 등 시설물 보호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의성 지역 산불을 진화 중이던 헬기 1대는 이날 오후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27일 내리는 소량의 비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산불 진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결국 27일 강수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 여부가 산불 사태 장기화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불 사태가 며칠 더 이어질 경우 이번 영남 산불 피해 규모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 수는 총 2만 7079명으로 2019년 4월 고성·속초 등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이재민 규모(1289명)의 20배 수준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기존의 예측 방법과 예상을 뛰어넘는 양상으로 산불이 전개되는 만큼 전 기관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 줄 것을 거듭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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