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14년간 철도 운임이 동결되고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코레일의 누적 부채가 21조 원으로 치솟았다”며 철도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한 사장은 25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 사장은 “지난해 KTX 수익이 2조 5483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고 고속철도 이용객도 8000만 명을 넘겼다”며 “그럼에도 영업 적자가 1114억 원이고 부채에 따른 이자 비용이 한 해 413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매일 약 11억 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재무 부담이 심각한 가운데 코레일은 20여 년 전 도입된 초기 KTX 차량을 새것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사장은 “2027년에는 발주를 시작해야 2033~2034년에 교체가 가능한데 비용이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지원 없이 코레일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 지금 265%인 부채 비율이 300% 이상으로 오르게 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 건전성 개선과 차질 없는 차량 교체를 위해 일차적으로 철도 운임을 올려야 한다는 게 한 사장의 판단이다. KTX 요금은 2011년 12월 이후 14년째 그대로다. 한 사장은 “고속버스·항공 등 다른 교통수단 요금은 소비자물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며 “요즘 대학들도 약 15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했지만 철도 요금만은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내부적으로 KTX 요금 인상 목표치를 약 17%로 잡고 결정권을 지닌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 사장은 “그동안 정부와 지속적으로 코레일의 재정 상황 및 대체 차량 필요 시기를 논의했기 때문에 운임 인상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며 “인상 시기나 폭은 다른 지원 수단이 없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코레일은 4년간 50% 이상 오른 전기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열차 운행에 다량의 전기가 필요한 까닭에 코레일은 올해 6400억 원을 전기요금으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사장은 “전기철도용 전기요금 체계 신설을 한국전력과 협의하는 동시에 차량 운행 시 전력 소비 저감 방안을 찾고 자체 발전 사업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해외 사업과 관련해 “올해는 필리핀 마닐라 메트로 7호선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세부 협의가 잘되면 4월 말쯤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초기 수주액은 100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 철도 사업 컨설팅 및 인력 양성에 집중했던 코레일이 유지보수 운영에 참여하는 첫 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베트남 고속철도 사업의 인력 양성 프로젝트 수주도 추진 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