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그동안 현대차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미국 50개 주에서 5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오늘 저는 앞으로 4년 동안 210억 달러를 추가할 계획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투자한 사상 최대 규모”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 63억 달러 등 이라고 세부 투자 내역을 밝혔다.
정 회장은 구체적인 투자 내용에 대해 “이 약속의 핵심은 철강과 부품 분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국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60억 달러의 투자”라며 “특히 루이지애나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철강 시설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시설은 1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자동차 공급망의 자립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에 신설하게 될 전기로 제철소는 연간 270만t 규모의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될 차량용 철강재를 제조한다.
정 회장은 또 “현대 자동차그룹은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에 대해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모든 노력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맞물려 미국 내 공급망의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우리 사업을 확장시킬 것이며 미국 내 일자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존 조지아 현대차 공장이 이번 주에 오픈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이번주 조지아에 8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열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를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1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3호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로 현재 이 공장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 30만대 규모다. 회사 측은 이 곳의 생산 역량을 20만대 추가 증설할 계획이며 이 경우 미국내 생산능력은 연간 12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내 제조 시설 방문을 요청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의 최첨단 제조 시설 중 한 곳 을 방문해 미국과 미국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신규 대미 투자계획은 지난 12일 25%의 철강 관세를 부과한 뒤 나왔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 철강을 생산함으로써 해당 철강재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투자 발표는 추후 우리 정부가 미국과 상호관세율을 조정하는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미국 내 경제 기여를 강조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발표에 대해 “원하는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나를 찾아오라. 내가 도와드리겠다”며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추후 행정 처리 절차의 협조를 약속했다. 그는 “현대차는 훌륭한 기업”이라며 “축하하며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번 현대차의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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