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중견·중소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싶다는 해외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BMW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을 녹여내 국내 기업들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 진출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김효준 전 BMW코리아 회장이 은퇴한 지 6년 만에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는 미래컨설팅그룹(FCG)을 설립하고 인생 2막에 나선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본격 진출한 수입 자동차 시장을 개화시킨 전문 경영인이다. 오랜 침묵을 깨고 활동 재개에 나선 김 회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내외 기업 간 매칭이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기업 컨설팅에 도전하게 됐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응축시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돕는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미래컨설팅그룹은 기업 성장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김 회장과 덕수상고 선후배 사이인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종합 컨설팅 그룹이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솔루션 제공을 위한 ‘미래경제경영연구원’과 김 전 위원장을 총괄대표로 한 대정부 관련 행정·민원 업무 지원을 담당하는 ‘행정사법인 미래’로 분리·운영된다. 김 회장은 “기업 환경 분석부터 위기 대응과 경영 효율화 전략, 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해외시장 진출, 외국인투자기업의 국내시장 진출 지원 등이 주요 사업 영역”이라고 소개했다.
구성원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곽결호 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강도태 전 보건복지부 2차관, 김동선 전 중소기업청장, 김용래 전 특허청장, 권오상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황해봉 대한행정사회장 등 전직 관료와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다음 달 1일 출범을 앞두고 제조·바이오·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중소·중견기업 50여 곳을 회원사로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지속적인 기업 성장의 틀을 마련하도록 돕고 해외 진출을 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해결이나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자는 목표에 많은 분들이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며 “글로벌 스타 기업이 생겨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BMW코리아의 성장 노하우를 국내 기업들의 성장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BMW의 한국 시장 진출 초기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출발해 수입차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시장을 개척해 독일 본사의 임원(수석부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 450개 업체가 BMW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1·2·3차 벤더사로 연결됐고 해당 기업들은 10여 년간 BMW에 총 50조 원 이상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유수의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생산성은 해외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며 “BMW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 과정을 우리 기업에 그대로 녹여내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일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미래컨설팅그룹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장과 한독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등을 맡아 국제 행사를 통해 양국 정·재계 인사들 간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AI와 바이오, 퓨처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드론택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의 연결을 구체화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과거 BMW코리아 최고경영자(CEO) 재임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됐던 ‘화재·리콜 사태’와 관련한 입장도 전했다. 그는 5시리즈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재 사건과 관련해 조기 퇴임을 발표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사태를 진두지휘하며 리콜 실시 4개월 만에 99% 이행률을 달성했다. 이후 김 회장은 차량 결함 은폐 혐의로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올해 1월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태 발생 이후 6년에 걸친 검찰 수사 결과 관련 혐의를 모두 벗었지만 경영인으로서는 치명적이었다. 그는 “억울함보다는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며 “기업들의 리스크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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