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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날' '헌법수호의 날' 필요할까…넘쳐나는 법정기념일 [법안 돋보기]

22대 국회서 발의된 '기념일 지정법'

"국회가 계엄해제한 12·4 '헌법수호의 날'로"

기념일 지정 조건·절차 일원화 필요성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행사에서 메시지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기기의 날, 화장품의 날, 군인가족의 날…. 22대 국회 들어 개별 법안에 근거해 새로 지정된 기념일입니다. 항공안전의 날, 소금의 날 등 새로운 기념일을 만들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도 많습니다.

기념일은 세 가지 경로로 만들어집니다. 첫째는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한 국경일을 정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입니다. 3·1절(3월 1일)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한 지정입니다. 4·19혁명 기념일, 6·25전쟁일, 국군의 날 등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기념일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 등이 이 규정으로 정해집니다.

세 번째 방법이 바로 개별 법률에 따른 기념일 지정입니다.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지정된 기념일은 100여 개에 달합니다. ‘친환경농어업법’에 근거한 흙의 날(3월 11일), ‘암관리법’에 근거한 암 예방의 날(3월 21일),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률’에 근거한 자전거의 날(4월 22일), ‘구강보건법’에 근거한 구강보건의 날(6월 9일) 등입니다. 국회의원들은 보통 이 방법을 통해 기념일을 만듭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기념일 법안’을 살펴봤습니다.

이수진, 항공안전의 날(12월 29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의원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12일 발의한 ‘항공안전법 개정안’입니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12월 29일을 ‘항공안전의 날’로 지정해 항공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항공안전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항공안전의 날의 취지에 적합한 행사 등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도 담았습니다.

배현진, 무용의 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3월 7일 발의한 ‘무용진흥법’입니다. ‘무용의 날’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습니다. 최근 한국 무용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기념일을 지정해 무용문화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무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법안에는 정부가 5년마다 무용 진흥 및 무용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하는 등 무용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방안도 담겼습니다.

신장식, 헌법수호의 날(12월 4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2월 5일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입니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12월 4일을 ‘헌법수호의 날’로 지정하는 내용입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의결권 행사는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수호 기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이를 기념하고 그 헌법적 가치를 후세에 전승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서삼석, 소금의 날(3월 28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9일 발의한 ‘소금산업 진흥법 개정안’입니다. 천일염이 법적으로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된 날인 3월 28일을 소금의 날로 지정하게 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양질의 소금을 생산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소금의 안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상승해 천일염 제조업자의 경영 악화가 우려되므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국가가 천일염 가격이 생산비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그 차액을 소금제조업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천일염 최저가격 보장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정태호, 세무의 날(9월 9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8일 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입니다. 9월 9일을 ‘세무의 날’로 지정해 세무의 중요성을 알리고 종사자를 격려한다는 취지입니다. 현행 법정기념일인 ‘납세자의 날(3월 3일)’과 취지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세무사의 직무에 대해 정부가 보수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무사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새로운 기념일을 지정하는 법안을 뜯어보면 대부분 공통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기념일 취지에 적합한 행사 등 기념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거나 ‘기념일 취지에 적합한 행사와 교육·홍보 등 관련 사업을 실시하거나 관련 단체 등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 관련 행사를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입법 정보분석 사이트 ‘잠자는 국회’는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념일 지정은 까다롭게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각 법령의 내용에 따라 기념일 지정 조건과 기준이 들쭉날쭉해지는 만큼, 개별 법령 개정을 통해 기념일을 새로 지정하는 현행의 방식을 재고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기념일 지정 조건과 절차를 일원화해 ‘꼭 필요한 기념일’만 지정한다면 그 취지가 더 살아날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서울경제-잠자는국회 공동 입법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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