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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22.5㎖에 데이터 가득… “100만명 수집, 의료·건강·바이오 큰 자산”

■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참여해보니

2028년까지 연평균 17만명 수집 목표

DNA, 혈장, 헐청 등 바이오뱅크에 저장

"'몸의 설계도' 구축… 병 원인·기전 이해"

본지 박준호 기자가 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채혈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가적으로 좋은 목적으로 쓰이는 일인데 도와주시니 감사할 일이죠.”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하나로의료재단.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용 데이터를 채취하기에 앞서 문진을 맡은 의사가 기자를 향해 말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2028년까지 국민 77만8000명, 2032년까지 10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목표 하에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21일 사업단에 따르면 전체 참여 의료기관 48곳에서 순차적으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참여자를 모집 중이며, 연초 이후 5000명가량이 참여했다. 연평균 17만명이 참여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백롱민 사업단장(서울의대 명예교수)은 “인류애와 선의의 차원에서 참여를 늘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수집에 앞서 약 20분간 동의를 받는 절차를 상담원과 일대일로 진행했으며, 생활습관 관련 설문도 진행했다. 국가사업에 따라서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며, 참여 후에도 연구에 쓰이기를 원하지 않으면 폐기 신청을 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에 필요한 검체는 혈액 22.5㎖, 소변 10㎖면 충분했다. 채혈을 맡은 간호사는 채혈량이 “위내시경 검사 전에 먹는 발포제 세 개 분량 정도”로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는 혈액을 네 개의 튜브에 나눠서 뽑았다. 각각 DNA, 연막·혈장, 혈청 분석에 쓰인다. 수집된 혈액과 소변은 충북 청주시 오송 질병관리청의 바이오뱅크에 저장된다.

백롱민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장. 성형주 기자




이렇게 수집한 혈액은 DNA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시퀀싱 작업을 거쳐 개인별 유전체 지도를 만드는데 쓰인다. 백 단장은 이를 “일종의 ‘몸의 설계도’”라고 설명하며 “이 데이터를 토대로 각자 앓고 있는 질환의 원인, 기전 등을 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유전체를 분석하지 못해도 “100만명 중 비슷한 병에 걸린 이가 수천, 수만 명은 있을테니 훗날에는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백 단장은 당뇨 환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빈혈과 담석증을 동시에 갖고 있을 경우 특정한 소화기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논문도 최근 나왔다고 소개했다.

영국은 앞서 20년간 국민 50만명분 바이오빅데이터를 수집한 이 분야 선두주자다. 참여자들을 추적관찰한 결과 이 중 1400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고, 원인을 찾기 위해 과거 유전체와 임상데이터를 역추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 참여자 중 10만명을 뽑아 전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영상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있다. 백 단장은 “앞으로 의료·건강·바이오 모두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다음 세대, 미래 의료를 위한 기부라고 생각하고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본지 박준호 기자가 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앞서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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