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지체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방식 결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17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이날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8조 원 규모의 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논의했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경쟁입찰과 기존 관례인 수의계약 형태 사이에서 결정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다.
사업분과위원회는 총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과반수 의원이 수의계약 의견을 제시했지만 외부위원 6명이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분과위원회 논의 방식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형태다. 방사청은 일단 2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사업자 선정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2일로 잡혀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KDDX 사업 착수 지연으로 해군 전력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져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경쟁입찰 방식보다는 기존대로 기본 설계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우선 착수해야 한다는 위원들이 과반수가 넘었지만 외부위원의 반대가 많아 10일 후에 다시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배 선체부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 개발에 나서는 이지스 전투 체계와 스마트 브리지,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Ⅱ), 무인 체계, 자율운항 체계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최첨단 함정 기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KDDX 사업은 개념 설계 → 기본 설계 →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개념 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 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기존 관례에 따르면 기본 설계 업체는 ‘상세 설계 및 선도함(1번함)’을 건조하고 나머지 양산함은 2번함, 3·4번함, 5·6번함 세 차례에 걸쳐 건조 업체를 별도로 지정한다.
방사청 개청 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R&D)에서 ‘기본 설계 업체가 상세 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한다’는 원칙이 불문율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024년 6월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을 앞두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은 관례대로 기본 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사업 주관 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선정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채 KDDX 사업 착수는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이에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최근 KDDX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서신을 보내 해군 함정의 적기 전력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양 총장은 지난달 말 두 업체에 보낸 서신에서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등 엄중한 현 안보 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반대한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방식을 주장해왔다. 경쟁 수주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에 따른 보안 감점 도입으로 올해 11월까지 무기 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 받게 돼 탈락할 처지가 된다.
이에 방사청 관련 부서에는 석종건 방사청장의 지시로 K방산의 함정 사업 분야 미래를 책임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하는 효과적 방안 도출에 대해 심사숙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이후 빠른 시일 내에 2번함 사업 선정도 진행해 1·2번함 건조 과정에서 양 사가 협력해 사실상 공동 개발을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개청 이후에 한번도 해보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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