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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계 윔블던’ 정복…안세영의 포효는 계속된다

2년만에 전영 오픈 정상 탈환

세계 랭킹 2위 왕즈이에 2대1 역전 우승

95분 혈투 끝에 "나는 이제 여왕"

허벅지 부상 절뚝이면서도 철벽 수비

올 국제 대회 4번 나가 4번 다 우승

20연승 달리며 고작 3개 세트 내줘

안세영이 17일 세계배드민턴연맹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를 꺾고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트로피와 기념품을 들어 보이는 안세영. 신화연합뉴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23·삼성생명)은 무릎 부상을 안고 처절하게 싸웠다. 당시 ‘천적’으로 평가받던 천위페이(중국·13위)를 맞아 지칠 줄 모르는 스트로크 싸움을 벌이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간과 장소를 2025년 영국 버밍엄으로 옮겨 당시의 감동이 재연됐다. 전영오픈 결승전에 오른 안세영의 허벅지는 16일 펼쳐진 준결승전에서 입은 허벅지 부상으로 정상이 아니었다. 무릎에서 허벅지로 부상 부위만 달라졌을 뿐 극심한 통증은 항저우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안세영은 부상의 고통에 쓰러지지 않았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1시간 35분의 혈투 끝에 ‘배드민턴의 윔블던’이라고 불리는 전영오픈 여자 단식 타이틀을 제패했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1000 전영오픈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2위)를 2대1(13대21 21대18 21대18)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32강부터 준결승까지 강적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안세영은 왕즈이마저 돌려세우고 2년 만에 전영오픈 왕좌를 되찾았다. 전영오픈은 1899년 창설해 126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다. BWF가 주최하는 월드투어 중 가장 오랜 대회이자 최고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4개 국제대회에서 20연승으로 4연속 우승하는 위업도 달성했다. 안세영은 네 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단 3개 세트만 내주고 모두 승리를 거두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 초반 안세영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왕즈이에게 끌려갔다. 허벅지 통증 탓이었다. 전날 준결승전 2세트 도중 쓰러져 오른쪽 허벅지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던 안세영이다.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하고 결승전에 출전했지만 통증은 여전했고 결국 첫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024 파리 올림픽 챔피언 안세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2세트에서 주도권을 돌려놓은 뒤 3세트에 특유의 압박 수비를 펼치며 지친 왕즈이를 공략한 끝에 왕좌 탈환에 성공했다.

안세영은 2023년 한국 선수로 27년 만의 전영오픈 우승 기록을 쓰며 이름을 높이 알리기 시작했다. 위대한 ‘안(AN)의 연대기’가 시작된 바로 그곳에서 안세영은 다시 한번 포효했다. 다리를 절뚝이기도 한 그는 “놀라운 경기였다. 우승해 너무 행복하다”며 “나는 이제 여왕”이라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남겼다.

파리 올림픽 직후 대표팀 난맥상을 직격한 안세영은 그간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과 갈등을 빚었던 기존 코치진을 재선임하지 않으면서 전임 지도자 없이 국제대회를 치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동문 신임 회장이 취임하며 상황은 나아지기 시작했다. 김 회장 체제의 협회는 선수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표팀 내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7일 “개인 후원사, 부상 관리 등 그간 지적받아왔던 문제들에 대해 선수 등 구성원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안세영이 귀국하는 대로 협회는 2차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남자 복식의 서승재와 김원호(이상 삼성생명)도 전영오픈 우승을 달성했다. 둘은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의 레오 롤리 카르나도·바가스 마울라나 조를 2대0(21대19 21대19)으로 제압했다. 한국의 전영오픈 남자 복식 우승은 2012년 이용대·정재성 이후 13년 만이다. 이용대는 이번 대회 초빙 코치로 대표팀과 동행해 지도자로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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