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명의로 자신의 직무와 연관된 업체를 차린 후 업무정보와 공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40억원을 챙긴 공직자가 적발됐다.
1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 지자체 산하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공직자 A팀장은 20여 년간 발굴유적의 이전·복원 업무를 담당해왔다. A팀장과 업무로 알게 돼 친밀한 관계를 이어 온 B 문화재연구원장은 문화재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B 문화재연구원장은 도시 재개발구역에서 유적이 발굴되면 재개발사업 시행자로부터 유적 이전·복원 용역을 수주, 이를 A 팀장이 소속된 문화재단에 하도급했다.
어느 날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유적이 발굴됐다. 처음에는 2억원 규모였지만, 이후 추가로 다량의 유적이 발굴됐다. 처음부터 이 사업을 수주받았던 B문화재연구원장은 재개발사업 시행자로부터 전체사업구역인 3000㎡ 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40억 원 가량의 용역을 추가로 수주했다. 이를 알게 된 A팀장은 B문화재연구원장과 공모해 이 40억 원의 용역을 자신의 아내 명의 업체에 일괄 하도급하도록 했다.
이 하도급 계약은 A팀장의 아내가 업체를 차린 지 불과 10일 후에 급히 이뤄졌다. 물론 이 업체는 문화재 발굴 조사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업체였으며, 소재지도 공유오피스였다.
이들의 공모는 이 사업 이후에도 이어졌다. A팀장 아내의 업체는 수도권 소재의 또 다른 문화유적 이전·복원 용역을 B문화재연구원으로부터 2억 원에 하도급을 받았다. 해당 용역계약서의 연락처에 A팀장의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A팀장이 해당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A팀장은 아내 업체의 사업을 위해 문화재단에 허위 출장을 다니고, 중장비 임차료와 자재구입 등 명목으로 문화재단 예산을 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는 수사와 처벌을 위해 감독기관과 대검찰청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이명순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문화재 보존 전문 공공기관의 사업책임자라는 공적 지위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으로, 청렴한 공직 풍토 조성과 전문적·효과적인 문화유산 보존 사업을 위해 관련 기관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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