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계절은 바뀌어 봄이 왔다. 서서히 필드에 나갈 때다. 새 시즌 소원 중 하나로 홀인원을 꼽는 골퍼들도 많을 것이다. 홀인원은 에이스(Ace)라고도 불린다. 홀인원도 기왕이면 특별한 홀에서 작성하면 더욱 의미가 깊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3 홀 3곳을 꼽자면 오거스타내셔널 12번, 소그래스 TPC 17번, 그리고 페블비치 링크스 7번 홀이다.
오는 13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무대인 소그래스 TPC의 17번 홀에서 에이스가 나온 건 14차례다. 브래드 파블은 1986년 첫 홀인원의 주인공이 됐지만 당시 컷 탈락했다. 2023년 대회 때는 홀인원이 3개나 나왔다. 지난해 라이언 폭스는 대회 첫날 16번 홀에서 이글, 17번 홀에서는 홀인원을 잡았다. 대회 최초 ‘백투백(연속)’ 이글이었다.
1934년 마스터스가 시작된 후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에선 지금까지 홀인원이 딱 3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홀인원에 인색한 홀이 있다. 바로 240야드에 달하는 4번 홀이다. 지난해까지 88차례 마스터스를 치르는 동안 1992년 제프 슬루먼이 기록한 에이스가 유일하다. 마스터스에서는 지금까지 총 34차례 홀인원이 나왔는데, 두 차례 이상 홀인원을 한 선수는 없다. 홀인원 우승자도 없다.
페블비치 7번은 106야드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코스 중 가장 짧은 파3 홀이다. 그렇지만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AT&T 페블비치 프로암 기간 나온 홀인원은 8개뿐이다. 셰인 라우리는 오거스타내셔널 16번(2016년), 소그래스 TPC 17번(2022년), 그리고 올해 페블비치 7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으니 억수로 운이 좋은 골퍼다. 라우리의 또 다른 꿈은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에서의 홀인원이다.
홀인원은 대부분 파 3홀에서 나온다. 이글이다. 간혹 파4 홀에서 티샷을 곧장 넣는 ‘앨버트로스 홀인원’도 있다. 앤드루 매기는 2001년 피닉스 오픈 17번 홀(332야드)에서 PGA 투어 첫 파4 홀인원을 기록했다. 장하나는 2016년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8번 홀(218야드)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초 파4 홀인원을 작성한 뒤 그린에 올라 홀을 향해 넙죽 절을 했다.
기준타수보다 4타 적게 치는 ‘콘도르 홀인원’도 있다. 2002년 미국의 아마추어 골퍼 마이크 크린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그린밸리랜치 골프클럽 9번 홀(517야드)에서 역사상 가장 긴 홀인원을 작성했다. 파5 홀인원은 지금까지 5차례 보고됐지만 프로 대회에선 아직 없다.
2홀 연속 홀인원도 있다. 영국의 존 허드슨은 1971년 잉글랜드 로열 노리치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티니 인터내셔널 대회 때 홀인원을 기록했다. 파3의 11번 홀에선 4번 아이언으로, 파4의 12번 홀에선 드라이버로 잡았다. 미국의 프랭크 벤셀 주니어도 지난해 US 시니어오픈 2라운드 4번과 5번 홀에서 연속 에이스를 기록했다. 둘 다 파3 홀이었다. 벤셀 주니어는 그러나 연속 홀인원 이후 4연속 보기를 범하는 등 부진 끝에 컷 탈락했다. 브라이언 하먼은 2홀 연속은 아니지만 2015년 바클레이스 최종 4라운드 때 3번과 14번 홀에서 홀인원을 잡은 적이 있다.
골프 역사상 최초 홀인원 주인공은 영 톰 모리스다. 그는 1869년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에서 열린 디 오픈 8번 홀(166야드)에서 단 한 번의 샷으로 역사를 썼다. 8번 홀은 언덕을 넘어 거대한 벙커로 방어막을 두른 블라인드 그린을 가지고 있는데 영 톰의 티샷은 그린 앞쪽에 떨어진 뒤 구르더니 홀로 사라졌다. 잠깐의 침묵 후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영 톰의 나이 18세 때다. 그해 그는 11타 차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6세 때 첫 홀인원을 기록한 이래 지금까지 20차례 기쁨을 맛봤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1996년 그레이터 밀워키 오픈을 시작으로 1997년 피닉스 오픈, 1998년 스프린트 인터내셔널까지 3년 연속 홀인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프로 대회 홀인원 소식은 없다. 우즈의 아들 찰리는 지난해 가족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 때 아버지 앞에서 생애 첫 홀인원 축포를 쏘아 올렸다. 우즈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음료를 사야 한다. 그게 룰이다”고 하자, 찰리는 “돈이 없다”고 했다.
홀인원 확률은 아마추어는 1만 2000분의 1, 프로들은 3000분의 1이라고 한다. 천운이 따라야 한다. 올 봄엔 일장춘몽일지언정 꿈에서라도 그 손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