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으로 여권의 정치 지형도 출렁거리고 있다. 조기 대선 채비를 서두르던 잠룡들은 뜻밖의 변수로 대권 행보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진 양상이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 지지층의 입김에 따라 본선행의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내 탄핵 찬성을 주도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신 구속은 절차적 정당성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법원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 취소 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윤 대통령을 풀어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석방 지휘를 지시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제 (탄핵 시도가) 서른 번을 넘어가겠다”며 “국민들께서 상당히 우려하고 위험하게 보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내내 각을 세웠던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을 만나볼 의향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때가 되면 대통령을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탄핵에 찬성하던 입장을 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헌법재판소에 직격탄을 날리며 기류 변화를 보였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며 “흠결을 안고 시간에 쫓겨 결론을 내릴 이유가 없으며 그럴 경우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 심판에서는 윤 대통령이) 잘못된 구속으로 방어권이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변론이 진행됐으며 이는 두고두고 심각한 문제점으로 헌정사에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여권 내 반윤(반윤석열) 인사인 유 전 의원 역시 전날 “헌재도 그동안 절차적 정당성에 흠결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심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서른 번째 탄핵을 자행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사이비 법치이자 불법 절차 만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기 대선 시 출마 여부와 관련해 “보궐선거는 대통령이 궐위돼야 하는데 나는 궐위되지 않기를 바라고 안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공정 재판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처럼 입장 변화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이 풀려나면서 정국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 보수 결집의 중심에 선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본선행 티켓의 50% 비중을 지닌 ‘당심’이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석방이 헌재 선고 시점 등에 미칠 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사 출신인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석방이) 헌재 탄핵 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면서도 “헌재 재판부가 심리적인 부담은 좀 느낄 수 있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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