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충돌한 뒤 곧바로 한 발 물러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오는 10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미국과 다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우크라이나와 미국 팀들이 작업을 재개했다”며 “다음주 우리(미국·우크라이나)가 의미 있는 회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이달 1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의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며 “그 이후 나의 팀이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현지에 체류할 것”이라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휴전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인(practical)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첫 번째 우선순위는 해상·공중 휴전이고 이 초기 단계가 보다 포괄적인 합의의 시작”이라며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위해 미국·유럽과 항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도 같은 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와 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며 “평화 협정, 초기 휴전 협정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인정했다.
주요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군사 지원 중단 등 미국의 압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위협이 여전한 상태에서 미국의 지원을 유럽의 원조로 완전히 대체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워싱턴DC 미국 연방의회에서 가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미국·우크라이나 간 광물 개발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한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알렸다. 2월 28일 정상회담 파행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끊은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셈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고맙다”면서도 “러시아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준비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며 우크라이나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도 참석해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정상 등에게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EU 당국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EU의 대규모 국방비 증액 자금을 우크라이나 방위 생산에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최종적 합의에 대한 확고한 동의가 없다면 어떤 종류의 일시적 교전 중지도 용납할 수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진하는 휴전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일시적 휴전안을 두고 “동맹들과 군사적 잠재력을 다시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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