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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기간엔 베이징 근처도 가지 마라 [김광수의 중알중알]

中, 최대 정치행사로 3월 초 개최돼

전년 성과 발표, 올해 주요 목표 제시

도로 통제로 수십 분씩 갇혀 있기도

코로나 때는 취재 전에 격리했어야

드론 금지, 소유자는 파출소에 보관

양회 때면 맑아지는 ‘양회 블루’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제3차 개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




중국은 지금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고 있습니다. 양회는 말 그대로 ‘두 개의 회의’를 말합니다. 정협이라고 부르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로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인데요. 이 두개의 회의를 통해 한 해 동안 중국 정부의 운영 방침이 정해지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양회의 한 축인 정협은 중국공산당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자문기구입니다. 중국이 사실상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이긴 하지만 엄연히 중국 내에는 민주당파로 불리는 다양한 군소 정당이 존재하는데요. 정협은 중국공산당과 이런 민주당파, 소수민족, 재외동포 등 34개 영역을 대표하는 전국위원들로 구성됩니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인 만큼 유명인들도 많죠. NBA 출신의 야오밍을 비롯해 성룡, 견자단 같은 영화배우, 지리자동차나 징둥 같은 주요 기업의 경영인들도 포함됩니다.

정협과 함께 양회를 이끄는 전인대는 전국 각 성, 자치구, 직할시, 특별행정구, 군대 등에서 선출된 인민 대표들로 구성됩니다. 형식상 중국 최고의 권력기관이자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의 역할도 담당하는데요. 헌법 및 법률의 제정 및 개정,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 등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고 국가예산도 심사하고 비준합니다.

전 NBA 스타 야오밍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개회식을 마치고 다른 대표단과 함께 퇴장하고 있다. EPA연합


이런 중국 양회는 매년 3월 초에 열립니다. 전국 양회를 위해 31개 성·시 지방정부는 연초에 전년도 결산을 하고 올해 예산을 비롯해 목표를 세우기 위한 지방 양회를 실시합니다. 이를 토대로 베이징에서 전국 양회가 열리죠. 올해도 4일부터 정협, 5일부터 전인대가 시작됐고 각각 7일간 열려 10일과 11일 폐막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열흘 이상 양회가 열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간이 조금씩 줄더니 최근에는 7일 정도로 축소됐습니다.

양회 기간에는 많은 일정이 있는데요. 그 중에 하이라이트는 전인대 개회식에서 국무원 총리가 낭독하는 정부 공작보고입니다. 중국어로 공작(工作)은 업무를 말하는데, 지난 1년간의 정부 업무 성과와 올해 주요 계획을 총리가 직접 단상에 나와 읽습니다. 그 중에도 관전 포인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재정적자율,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 도시 실업률 등의 목표입니다. 그 해 목표로 하는 중점 과제들도 발표됩니다. 말 그대로 중국이 올해 무엇에 집중하는지 모든 청사진이 제시됩니다. 당장 업무보고가 발표되는 순간 중국이 올해 주목할 분야가 명확해지기 때문에 본토와 홍콩의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입니다. 올해는 휴머노이드로봇, 6G,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기술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상황에 얼마나 중국이 기술 자립에 신경쓰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분간 중국의 기술 관련 주식 투자가 유망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겠죠.

그 외에도 총리 기자회견, 외교부장(장관) 기자회견, 사회부문과 경제부문의 장관급 기자회견 등이 주요 행사로 꼽히는데 작년부터는 총리 기자회견이 폐지됐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원톱인 국가주석에 이어 넘버 투로 꼽히는 총리의 기자회견은 양회 기간 꽤 중요한 행사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작년부터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고 세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권력이 시 주석에게 쏠리는 ‘1인 천하’가 되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장관급과 달리 단독으로 열리는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그만큼 중요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특히 미중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미국을 향해 내놓을 대외 메시지가 최근에는 관심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선 양회가 중요하다 보니까 양회가 열리는 시기에 베이징은 평소와 많은 부분이 달라집니다. 주변에서 여행을 온다고 하면 말릴 정도로 베이징은 많은 부분이 빡빡해집니다. 취재 신청도 기자들은 한 달 전에 마감을 합니다. 그렇게 일찍 신청을 받았는데 무슨 검토를 그리 오래하는지 출입증은 양회 개막 2~3일 전에야 배포를 합니다. 올해도 2월 28일에 출입증을 받아가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토요일인 3월 1일 단 하루간 나눠 준다고 할 정도로 일방적입니다.

그나마 올해는 완전히 취재가 자유로워진 편입니다. 기자회견이나 전인대 개막식 등 주요 행사에 제한 없이 취재가 가능해졌으니까요. 물론 취재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자리 다툼을 위해 꽤 이른 시간에 도착하긴 해야 합니다. 올해는 전인대 개회식인 9시(현지시간)보다 90분 먼저 입장이 가능했는데, 제가 현장에 도착한 6시 40분 무렵에 벌써 100명 넘는 기자들이 줄을 서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취재진에게도 양회는 평생 경험하기 쉽지 않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양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은 일반인이라면 지금은 들어가기 힘든 곳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앙드레김의 패션쇼가 열리는 등 민간에도 개방됐지만 언젠가부터 정부 공식 행사 외에는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인민대회당 앞에 있는 천안문광장 역시 수 년 전부터 기자들은 사실상 출입이 힘든 곳입니다. 양회 기간 취재를 하러 인민대회당을 가는 길에는 아무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양회 기간에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취재 전후로 관광객 모드로 변하기도 합니다.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이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


이런 자유가 코로나19 시기에는 없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부터 양회 취재를 해왔는데, 그 당시만 해도 양회 취재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습니다. 개회식, 폐회식, 기자회견 등에 취재신청을 한 기자들 중에 소수의 인원만 선발해 취재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가능했는데요. 정해진 행사 전날 격리 숙소로 이동해서 추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다음날 버스를 이용해 현장인 인민대회당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양회 기간 인민대회당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철통 보안이 이뤄집니다. 인민대회당 북쪽의 장안지에, 남쪽의 첸머지에는 수시로 교통 통제가 이뤄집니다. 동서로 이어지는 두 곳의 대로는 물론이고 이곳과 남북으로 연결되는 지선 도로까지 언제 어떻게 통제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몇 차례 수십 분씩 도로에 갇혀 평소 10여분이면 이동할 거리를 한 시간 가까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차량은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들까지 횡단보도 조차 건널 수 없을 정도입니다. 천안문을 사이에 둔 지하철역도 정차를 멈추고 역 자체로 출입도 금지됩니다. 이동형 바리케이드도 곳곳에 설치돼 언제든 통제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시기에 관광을 오는 분들이라면 당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회식을 앞두고 경비 인력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AP연합


양회가 다가오면 베이징시 지방 정부는 드론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합니다. 비공식적으로는 드론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경고하기도 합니다. 주변 지인은 매년 양회 때마다 파출소에서 드론을 아예 양회 전에 파출소에 맡겼다가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아들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작은 드론을 하나 샀을 뿐인데, 어떻게 알고 해마다 전화를 받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네요.

이 시기가 되면 베이징 곳곳에 무장경찰이 배치되는 것은 물론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들도 등장합니다. 우리로 치면 주민자치위원회 소속 인원들인데요. 혹시 모를 사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수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시 중심에 가까운 단지로 갈수록 어렵지 않게 빨간 조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힘들게 만드는 양회지만 하나 좋은 점도 있습니다. 바로 양회기간 볼 수 있는 푸른 하늘입니다. 이른바 ‘양회 블루’로 부르는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황사와 미세먼지 등이 뒤섞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만큼 공기질이 좋지 않았지만 양회 때 만큼은 깨끗하게 공기질을 관리했습니다. 올해 역시 베이징의 하늘은 어느 때보다 파란데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답답한 베이징의 생활에서 그나마 가슴이 뻥 뚫리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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