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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굉음 뒤 '쾅' 폭발" 전쟁터 방불…사고 지점 1km 근방에 노인 27명 있었다

목격자 "전쟁난 것처럼 아수라장"

공군, 연합 실사격훈련 중 사고 내

8발 모두 폭발… 불발탄은 없어

민간인 등 15명 부상… 중상 2명

주택 5동, 성당 1동 등 재산 피해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공군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 폭탄 추정 물체가 떨어져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이 난 줄 알았습니다.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더니 갑자기 ‘쾅’ 소리가 나면서 전기가 끊겼습니다.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구름 같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6일 오전 10시 4분. 영평천이 흐르는 평화로운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작은 마을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에 마을을 뒤덮은 검은 연기가 걷히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참상이 하나둘 드러났다. 빨간색 벽돌로 된 주택 담벼락은 보기 흉하게 무너져 있었고 바닥에는 충격에 떨어져내린 나뭇가지들이 가득했다. 주민들의 쉼터가 돼주던 성당 건물의 유리도 산산조각 나 있었다. 전신주 1기가 쓰러진 탓에 전기마저 모두 끊겨 마을은 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날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훈련 중이던 우리나라 공군의 KF-16 전투기가 떨어뜨린 MK-82 폭탄 8발에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인근 거주민들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서 7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던 이 모(71) 씨는 “폭발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가 들썩일 정도의 충격에 TV 등 가전제품이 모두 꺼졌다”며 “현장에 가보니 성당은 거의 반파 수준으로 부서져 구름처럼 큰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전쟁이 난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 떨어진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 27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자칫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로 강사 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목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은 A(60) 씨는 “차를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깨어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발의 여진은 1㎞ 밖에서도 느껴진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공군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가 발생해 사고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 소식은 한 민간인이 소방 당국에 “포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민가에 떨어져 폭발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면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13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23개와 인력 78명을 투입해 현장 수습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민간인과 군인 등 총 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네팔과 태국 등 외국인 국적의 환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중 2명은 목과 어깨 등에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으며 13명은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정도가 경미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정지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산 피해는 주택 5동, 창고 1동, 성당 1동, 비닐하우스 1동, 1톤 화물 차량 1대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추가 폭발 위험 등을 고려해 현장 통제에 나섰으며 한때 불발탄 해체 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민 대피령도 내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포천시는 군 당국에 군사훈련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백영현 포천시장은 “도비탄(사격 표적을 지나 튕겨져나와 다른 곳에 도달한 탄환)이 달리는 차량에 떨어진 일도 있었지만 민가를 직접 사격하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며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철저한 조사로 사고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번 사고는 군 훈련 중 전투기에서 폭탄이 오발된 것으로 추정되며 기본적인 안전 점검과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은 민간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훈련 방식과 안전 절차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 중 공군 전투기의 공대지 폭탄 오발 사고가 발생한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의 한 마을에서 공군 폭발물처리반(EOD)이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포천=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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