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을)의원이 5일 ‘옆 동네 국회의원’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갑)의원 페이스북에 “의원님, 유감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권향엽 의원이 이 댓글을 단 이유에 대해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협약이 무산된 것과 관련, 김문수 의원이 정치적 도의를 상실한 행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협약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닌 옆동네 국회의원의 정치적 계산으로 무기한 연기됐다는 곱지 않은 목소리가 나온다.
신대지구는 고등학교 부족으로 인해 해마다 신입생 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근 학교에 배정되지 못한 학생들은 원거리 통학으로 인해 1시간 이상의 추가 이동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신대지구 내 고등학교 설립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이곳이 지역구인 권향엽 의원을 비롯한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노관규 순천시장은 신대지구 고등학교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신대지구 시민들도 고등학교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인 민·관 협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돌연 협약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 소식은 노관규 순천시장의 페이스북에서 감지됐다. “돌발변수가 생겼다”며 연기 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젠가 사정을 알게 될 것”는 메시지를 남겼다. 여기에 ‘일어탁수’(한 마리 물고기가 물을 흐린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일어탁수’는 김문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권향엽 의원이 댓글을 단 글)에 “고교 신설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반박성 글을 올렸다.
자신이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위원이 추진 절차에 따라 긴밀히 노력하고 있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느 정도 애교(?)로 비춰졌지만, 노 시장이 연기 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 부분에서는 자신의 야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를 빼고 해룡고교 추진 협약식을 하려다 무산되었나 봅니다. 저 같으면 조금이라도 도움 될 사람은 협약식에 꼭 참여해 달라고 할텐데, 배제와 갈등의 정치 좀 그만했으면 합니다.”
이러한 장황한 설명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문제를 놓고 옆동네 국회의원의 최대 공약 사업 중 하나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는 싸늘한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권향엽 의원은 앞서 언급한 “유감”이라는 표현과 함께 “해룡면 고등학교신설 문제는 저의 공약사항이고, 저의 지역구 문제다. 이렇게 페이스북에 의견 개진 할게 아니라 저와 먼저 상의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그의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이러한 김문수 의원의 행위가 더욱 비판 받는 이유는 자신이 권향엽 의원을 향해 “옆동네 의원”이라는 표현을 먼저 사용했기에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마치 본인 아니면 안 된다는 듯한 메시지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보다 협력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비꼬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순천시는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분구 대상 인구 상한선을 넘어 단독 2개 선거구를 배정 받을 수 있었지만 여야 막판 협상에 의해 해룡면만 분리시켜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을’이라는 기형적 선거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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