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례 최대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일에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자 준비했던 보복 조치로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미국 농산물과 식품 등이 표적이 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대상 범위가 예상보다 넓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조치에 비해서는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국이 대미 협상 창구를 열어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29개 품목에 15%의 관세를, 수수·콩·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 711개 품목에 10%의 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해당 품목에 관세가 발효되는 10일 이전에 선적돼 4월 12일까지 수입되는 경우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티콤(TCOM)과 S3에어로디펜스, 스틱러더(Stick Rudder), 텔레다인브라운엔지니어링(Teledyne Brown Engineering) 등 미국 방산 업체 10곳을 관련 법률에 따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과의 수출입 및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가 이날부터 금지된다. 또 이날부터 미국 로보틱스 기업 레이도스(Leidos), 군함 설계 용역 업체인 깁스앤드콕스(Gibbs&Cox) 등 15개 기업에 대해 핵심 광물 등 민간용과 군용으로 동시에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물자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4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렸던 미국 바이오 기업 일루미나에 유전자 시퀀서 수출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부분의 미국산 수입 먹거리에 추가 관세가 적용됐지만 미국의 조치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조치(최대 15%)는 도널드 트럼프의 조치(합계 20%)만큼 높지 않고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에 비해 범위도 포괄적이지 않다”며 “중국의 대응책은 매우 미미하고 타깃이 된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최소한으로만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대응하며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지속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삭소마케츠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차루 차나나는 “중국의 보복은 두 나라 간의 무역 긴장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주식 모두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은 필수 광물이나 기타 금속류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중국이 협상 카드로 남겨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에 앞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글로벌 산업 체인과 공급망의 안보와 안정성을 해친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이 중립적 입장에서 만나 대등한 협의를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이날 담화문에서 “중국은 미국이 다른 국가의 권익을 존중, 근거도 없고 남과 자신에게 모두 이롭지도 않은 일방적 관세 조치를 즉시 철회하기를 촉구한다”며 “미국이 객관적·이성적으로 문제를 처리해 평등한 대화를 통한 이견의 적절한 해결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조속히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