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28일 일제히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를 10% 더 높이겠다고 공언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그동안 미 증시를 상승으로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약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자 기술주들 ‘패닉셀(충격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장 대비 2.88% 하락한 3만 7155.50엔에 마감했다. 오후 들어 3만 7000엔 선이 무너지며 지수 낙폭이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인 3.70%까지 벌어졌지만 이후 하락을 만회하며 장을 끝냈다. 반도체 업종을 비롯한 주요 기술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실제 반도체 장비 기업 어드반테스트는 8.78%,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이 4.45% 떨어졌고 정밀 공구 업체 디스코는 10.33% 급락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도 6.07% 하락했다.
중국 증시 역시 크게 흔들렸다.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1.98% 내렸고 기술 업종들이 많은 선전성분지수는 3.17% 떨어졌다. 이른바 ‘중국판 빅테크’들이 다수 포진한 홍콩 시장도 낙폭이 커지며 항셍지수는 3%대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의 충격은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3월 4일 예정대로 부과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언대로 정책 시행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반복되는 관세 언급에 피로감이 누적되며 위험 회피 심리가 시장 전반에 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G아시아의 시장전략가인 옙준롱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이 관세 위험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면서 “여전히 협상 전략인지 아닌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시장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급락 또한 악재로 작용했다. 27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8.48% 떨어져 2018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아시아 기술주들이 이날 크게 반응한 것은 이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블랙프라이데이 충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삭소은행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차루 차나나는 “관세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 달러 강세가 합쳐지면 단기적으로 역풍이 될 수 있다”면서 “관세가 협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중국의 경기 부양 도구 등은 시장의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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