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90%까지 영향이 미친 대규모 정전 사태 여파로 남미의 칠레에서 3명이 사망하고 수도권 지하철 운행 중단, 통신 두절 등의 혼란이 발생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26일(현지시간)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 등에 따르면 칠레에서 25일 오후 3시 16분께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해 북부에서 남부에 이르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이에 칠레 정부는 이날 밤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칠레 전력청은 이번 정전 사태로 사용자 기준 전국에서 90%가 한때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구조 요청이 이어졌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산티아고의 한 놀이공원에서 수십m 높이 놀이기구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 구리 광산으로 알려진 에스콘디다 광산에서는 조업이 중단됐고, 인터넷과 전화도 한동안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번 정전 사태에 대해 카롤리나 토하 칠레 내무부 장관은 26일 "전날(25일) 전력 의존도가 높았던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며 "정전이 이들의 사망에 얼마나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히메나 아길레라 칠레 보건부 장관도 이 세 건의 사례에 대해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해 철저한 감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칠레 대통령실은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민간 전력망 운영 업체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당국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은 이번 사태가 테러 같은 외부 공격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은 배제했다. 전력 공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튿날인 26일 대부분 재개됐고, 국가비상사태는 같은 날 오전 9시를 기해 해제됐다.
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망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인 칠레에서 이처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칠레에서는 2010년 2월 강진에 이어 3월 발전소 손상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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