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수급추계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기한을 4월 15일로 수정한 정부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는 수급추계위를 의료계 추천 인사가 과반이 되도록 꾸리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아닌 별도 기구 산하에 두기로 하는 등 의료계의 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했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법안소위원회 대비 수급추계위법 수정 대안’을 제출했다. 이달 17일·24일에 이어 세 번째 수정안이다.
수정 대안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과 관련해 부칙으로 4월 15일까지만 수급추계위 심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수급추계위에서 이 날짜까지 의대 정원을 조정하지 못할 경우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라 조정하도록 했다. 고등교육법과 관련 시행령은 의대 등 대학 정원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심의를 거쳐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학 총장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 조항은 이번 정부 수정 대안에서 빠졌다.
당초 수급추계위를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정심 산하로 두려던 것은 사회적 합의 기구인 의료인력양성위원회(인력위)를 신설해 그 산하에 두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독립성 보장은 법에 명시하고 정부위원은 참여하지 않는다. 수급추계위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해온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인력위 위원장은 보정심처럼 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했다.
수급추계위 전체 위원 수는 15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의협 등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과반인 9명이 되도록 조정했다. 환자 등 수요자 단체 추천 4명, 학계 추천 3명은 유지한다. 수급추계위의 조기 가동을 위해 법 시행 시기도 공포 후 3개월에서 즉시 시행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회의록, 안건, 추계에 활용한 참고 자료 등의 공개는 의무화한다.
교육부 역시 의대 정원 동결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의료계 설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1년 넘게 ‘동맹휴학’을 이어가고 있는 의대생들의 복귀에 힘을 쏟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24일 의대 학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의대생들이 3월 신학기에 복귀하고 대학들이 요구한다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돌릴 여지가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의협에 비공식적으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 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동결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조건 없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 방침을 정하고 대화를 이어가야 얽힌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는 목소리 또한 나온다.
의대가 있는 수도권 소재 대학의 총장은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가 정원 동결 방침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의대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